4년만의 솔로 리사이틀 ‘10개도시 투어 콘서트’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 무려 4년 만의 솔로 리사이틀.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임동민(43)은 “오랜만의 공연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굳이 좋아하는 작곡가를 꼽으라면 쇼팽과 슈베르트”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임동민이 마침내 슈베르트로 돌아왔다. 지난달 거제를 시작으로 11일(춘천문화예술회관), 12일(원주백운아트홀), 17일(롯데콘서트홀), 19일(강릉아트센터)를 거쳐 오는 7월 2일 경기아트센터까지 전국 10개 도시 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오로지 슈베르트로만 구성된 연주회를 여는 것은 국내 데뷔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서초동의 연습실에서 만난 임동민은 우스갯소리로 “(슈베르트는) 나의 인생과도 닮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슈베르트는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가난했다고 해요. 아버지는 교사셨고, 그래서 (슈베르트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원했지만, 음악가라는 프리랜서의 삶을 산 거죠. 게다가 그의 음악은 리트(가곡)가 주를 이루는데, 그 시대엔 인기있거나 잘 팔리는 곡이 아니었고요.”

공연에선 ‘즉흥곡’ 전곡과 피아노 소나타 D.960으로 관객과 만난다. 깊숙하게 응집된 에너지를 밀어내는 단단함,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연주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임동민은 “슈베르트의 곡엔 인간이 희노애락,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이 들어있다”고 했다.

“특히 피아노 소나타 21번(피아노 소나타 D.960)은 슈베르트의 건강이 악화된 시점에 작곡해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완성한 곡이에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승화해 환희와 기쁨을 표현한 점이 더 비극적으로 다가와요. 이런 극적인 표현은 슈베르트만이 가능해요. 제가 그를 비운의 천재 작곡가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임동민은 대부분의 연주자들에 비하면 다소 늦은 나이인 아홉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세계 무대에선 일찌감치 이름을 알렸다. 20대엔 ‘한국인 최초’의 타이틀을 달아봤다. 국제 콩쿠르에서의 입상 내역도 화려하다. 1996년 국제 영 쇼팽 콩쿠르 1위,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 3위, 차이콥스키 콩쿠르 5위, 프라하 봄 국제 콩쿠르 2위, 2005년 한국인 최초 쇼팽 국제 콩쿠르 3위에 올랐다.

쇼팽 콩쿠르 입상 이후 그는 ‘국가대표 피아니스트’였다. 그 시기엔 “미국에서도 알아보고 인사를 했을 정도”다. 이후 조성진(2015년 쇼팽 콩쿠르 1위), 박재홍(2021년 부소니 콩쿠르 1위), 임윤찬(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1위) 등 수많은 후배 음악가들이 국제 콩쿠르에서의 우승 소식을 전하고 있다.

40대에 접어든 지금, 임동민은 “음악가는 항상 똑같다”며 “늘 연주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뭔가를 더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지난 30여년, 음악과 연주가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는 ‘슬럼프’라는 표현 대신 ‘힘든 시기’라고 말한다. 특별히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는 없다. 요즘엔 “종교의 도움”을 받는다. 그는 “불 같은 성격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젠 “마음을 다스리며 안정을 취한다”고 했다.

“피아노를 전공하기로 마음 먹은 이후 이 직업을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와도 피아노 앞에 앉으면, 양심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으로서, 음악가로서 양심을 지키며 음악을 하는 것이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에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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