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병원 한방진료과 신설 추진

서울의료원등 6곳 설치 조례통과 의사협회 “협진병원 대부분 적자” 市 “병원장 재량” 한 발 물러서

서울시가 시민들의 다양한 공공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산하 시립병원에 한방진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조례ㆍ규칙심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시립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공포안’과 ‘서울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공포안’을 통과시켰다.

조례는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병원, 동부병원 등 시립병원 6곳에 한방진료 과목을 신설해 양ㆍ한방 협진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서울 시립병원 중 한방진료를 하고 있는 곳은 노인성 질환 전문병원인 북부병원뿐이다.

시 관계자는 “한방의료서비스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조례를 발의한 전철수 서울시의원은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한방공공의료 서비스 제공과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확립을 위해 시립한방병원이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해당 조례안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시의원이 조례안을 발의한 것도 문제이며, 기존의 양ㆍ한방 협진병원의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례안은 세금낭비라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한방특위 유용상 위원장은 “과학적인 사실과 학문의 정당성에 근거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조례안이 통과됐다는 것에 실망”이라며 “한방치료의 의학적ㆍ과학적 효과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립병원에 한방병원을 설치하는 일은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이미 양ㆍ한방 협진으로 운영 중인 대부분의 병원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한 사실인데, 시민의 세금이 쓰이는 서울의료원과 시립병원에 무작정 한방진료를 시작하면 되겠느냐”며 “박원순 시장이 올바른 판단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는 반대의견이 잇따르자 한방진료과목 개설이 의무사항은 아니며 병원장 재량에 달린 사안이라고 한발 빼고 나섰다.

시 복지건강실 관계자는 “진료과목에 한의과를 포함할 수 있도록 했을 뿐 강제사항은 아니다”며 “병원장 재량에 따라 개설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병원장이 한방진료에 대한 불신 등을 이유로 개설을 반대할 수는 있지만, 공공의료 차원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