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가투쟁, 11일 단축진료도

전공의 참여율 관건…‘2020년 의료대란’ 재연되나

“‘밥그릇 싸움’에 국민 피해” 비판도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간호법 통과에 따른 의료계 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보건의료단체들이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현장에 미칠 ‘의료 공백’ 여파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의료단체들은 간호법이 간호사에 특혜를 주는 내용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나, 일각에선 의료계 단체 간 갈등으로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료 서비스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본회의 (간호법 통과) 결과가 재의 요구 없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5월 17일 불가피한 최후의 선택으로 연대총파업을 결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연대는 총파업에 앞서 우선 오는 3일 전국 각지에서 반나절 연차를 내고 집회에 참여하는 방식의 연가투쟁 등 부분파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오는 11일에는 연가투쟁과 함께 단축진료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연가투쟁 및 단축진료에는 의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요양보호사 등 직종이 참여한다.

의료연대에선 간호사의 법적 지위를 의료법에서 분리해 독자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간호법이 간호사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의료연대는 기자회견에서 “간호법이 시행되면 간호사들은 병·의원을 떠나 지역사회 돌봄사업에 참여하면서 의사의 지도 없이 의료행위를 하게 된다”며 “간호사보다 규모나 영향력 등에서 힘이 없는 약소 직역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당장 의료연대 파업에 따라 당장 의료 현장에 얼마나 공백이 발생할지 여부는 대학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교수들의 ‘총파업’ 참여 규모에 달릴 전망이다. 앞서 의협 비대위로부터 파업 참여 규모와 범위를 결정해줄 것을 요청 받았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전국 대학병원 교수협의회는 아직까지 구체적 계획을 전달하지 않은 상태다. 의협 비대위 관계자는 “(대전협과 교수협의회가) 비대위 파업 로드맵에 적극적으로 따라오겠다는 입장만 전해온 상태로, 부분파업보다는 총파업에서 더욱 참여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파업 참여 규모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간호법 의료인면허 취소법 저지를 위한 단식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간호법 의료인면허 취소법 저지를 위한 단식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의사뿐 아니라 다양한 직종이 파업에 참여한다는 점 역시 의료 공백 여파를 키울 변수로 꼽힌다. 앞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하는 의사들 주도로 무기한 총파업이 벌어졌던 2020년 8월에는 전공의 파업 참여율이 80%에 달하면서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당시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75.8%(6593명)와 전임의 35.9%(2264명)가 집단휴진에 참여했다. 이에 부산 지역에서 약물중독 증세를 보이던 40대가 3시간 동안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끝에 숨지고, 경기에서도 심장마비로 쓰러진 30대가 병원 여러 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고 숨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교수는 “당시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파업이 벌어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환자들이 입원치료를 받는 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파가 컸다”고 했다. 다만 의협 비대위 관계자는 “2020년 당시만큼의 (파업) 규모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파업으로 의료 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경우 사회적 반발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호법 개정안에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지역사회 간호’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의협에선 향후 간호사가 단독개원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장하는 등 이번 갈등이 의료계 내부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이후 시행령 등으로 의료 단체들 간 대화를 이어갈 여지도 있는데 파업 강행은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국민 안경을 위해 힘써야 할 의료계 단체들이 내부 갈등으로 사회적 낭비를 일으킨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데다, 이를 중재하지 못한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