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 다세대주택. 이준태 수습기자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 다세대주택. 이준태 수습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서울 신촌 일대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상지(26) 씨는 이번 학기가 끝나고 이사 갈 집을 구하려다 비싼 월세에 깜짝 놀랐다. 이씨는 “전세 알아보자니 위험한 것 같고, 월세 괜찮은 곳 알아보니 지금 사는 집 월세 65만원보다 비싸다”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살던 곳을 떠나 누나가 있는 곳으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전세 기피 현상으로 빌라·원룸이 밀집된 신촌 대학가에서 월세가 ‘귀한 몸’이 되고 있다. 월세 가격이 크게 오르고 관리비를 높여 월세를 올리는 사례도 심해져 대학생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떠났던 외국인 학생까지 돌아오면서 당분간 월세 구하기는 치열해질 전망이다.

10일 오후 헤럴드경제가 신촌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만난 대학생들은 모두 신촌 일대 월세 가격 인상을 실감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보다 낡은 다세대주택이 밀집돼 있는 지역이라 쉽게 전세를 택하기도 어려웠다. 하숙집에서 원룸으로 이사계획이 있는 김은진(23) 씨는 “전세는 사기 때문에 알아볼 생각조차를 안 한다”면서도 “기본 65만원을 넘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대학가의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가 1년 새 15%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부동산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다방에 등록된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 평균 월세는 59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앙대 인근 흑석동 주민 알림판에 붙은 원룸·하숙 광고 전단. [연합]
서울 주요 대학가의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가 1년 새 15%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부동산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다방에 등록된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 평균 월세는 59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앙대 인근 흑석동 주민 알림판에 붙은 원룸·하숙 광고 전단. [연합]

인근 부동산도 바뀐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부동산 하락세에도 신촌 일대는 월세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월세가 기본 10만원 이상은 올랐다”며 “그마저도 인기가 많아 월세 매물은 일주일 만에 빠진다. 전세는 실거래가 안 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B공인중개사 대표도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신촌·홍대 부근 외국인 유학생들이 돌아오고 있는데 이들도 월세를 사는 경우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니 알바를 늘려서라도 월세를 가려는 학생도 있었다. 이화여대 주변 오피스텔을 구하고 있는 김모(28) 씨는 “오피스텔 월세를 알아보다 기본 월세 80만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놀랐다. 관리비 합치면 100만원 넘을 것”이라며 “회계사시험 준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취를 해야 한다. 요즘 과외 앱으로 학생을 많이 잡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차라리 전세사기를 피해 전세를 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연세대·서강대 등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부동산에게 집주인은 뭐하는 사람인지 물어보기. LH 이용하기” “공무원이나 선생님 혹은 건물 하나를 오래 가지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주인이 제일 좋다” 등 ‘전세사기 방지법’을 공유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 전세를 연장한 대학생 윤준섭(28) 씨도 “LH 전세임대로 집을 계약해서 우리 집은 걱정 없다 생각해 전세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치솟은 월세로 대학생들이 고민이 깊어지자 지자체에서도 해법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16일까지 서울주거포털을 통해 일정 소득 이하인 청년을 대상으로 월세 지원 신청을 받는다. 취업준비생 박재철(35) 씨는 “보증금을 높여 월세로 이사 가고 싶다. 월세 부담이 크지만 전세가 무서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