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근로자 동의해도 근로계약으로 도입 불가”
대법, 근로기준법 위반 일부 무죄 원심 부분 파기
1심 전부 유죄 벌금 2000만원, 2심 벌금 500만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2주 이내를 단위 기간으로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개별 근로자가 동의하더라도 근로계약으로 도입할 수 없고, 근로기준법에 정해진대로 취업규칙으로만 도입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청소용역업체 대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원심이 무죄로 본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을 유죄 취지로 파기했다.
청소 용역업무를 담당하는 회사 대표인 A씨는 연장근로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125명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및 미사용 연차수당 6400여만원 미지급 혐의 ▷16명에 대해 퇴직 후 14일 이내에 54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근로자 중 88명과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임금 구성항목 일부를 누락한 혐의도 적용됐다.
2014년 4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여성 근로자 124명에 대해서는 같은 업무에 종사하며 동일 가치 노동을 제공하는 남성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정근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도 있었다. 또 노조 조직 및 운영에 지배·개입한 혐의(노동조합법 위반)도 받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근로계약서를 통해 유효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됐으므로 연장근로수당 지급 의무가 없고, 미지급에 대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씨의 혐의에 대해 전부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1심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유죄로 판단한 부분 중 일부를 무죄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부분에 대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탄력적 근로에 관한 근로조건이 공통적으로 기재돼 있어 이를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시행됐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근로계약서 형식과 내용이 미흡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로 효력이 없다고 해도 근로계약서를 통해 장기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해왔고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관한 이의제기 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근로조건 명시의무 위반 혐의 부분도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법률에 규정된 일정 요건과 범위 내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라며 “법률에서 정한 방식, 즉 취업규칙에 의해서만 도입이 가능할 뿐 근로계약이나 근로자 개별 동의를 통해 도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계약이나 근로자 개별 동의로 도입할 수 있다고 하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등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취업규칙이 별도로 존재했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서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며 “고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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