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미국과 일본이 각각 중국과 양자 관계 차원에서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각 협력의 기틀을 다진 것과 별개로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decoupling·관계분리)은 어렵다는 인식을 투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한중 관계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무례한 언사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동북아 복합외교가 물밑에서 치열한 가운데 한중 관계에서 대화의 물꼬를 틀 모멘텀에 주목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16일 중국을 방문해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비롯해 중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난다. 지난 2월 정찰풍선 사태로 취소됐던 일정이 4개월 만에 다시 이뤄진 것이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양국 소통 라인 유지와 책임 있는 미중 관계 관리를 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각자의 ‘레드라인’을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을 예고하면서도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비화되지 않아야 하고, 이를 위해 양국 간 소통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미중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달에는 미중 상무장관 회담에서 소통 채널 구축에 합의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해 친강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3년 만에 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반도체, 대만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 치열한 설전을 주고 받았다. 그러면서도 하야시 외무상은 리창 신임 국무원 총리와 왕이 중앙외사공작위 판공실 주임과 만찬을 하는 등 주요 고위급 인사와 접촉했다.
지난 12일에는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국 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협의를 갖는 등 양국 간 소통을 늘리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일본이 중국과 날 선 신경전을 주고받으면서도 지속적인 협의를 강조하면서 복합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올해 들어 유럽연합(EU) 소속 국가 정상들도 중국을 찾아 시 주석을 만나고, 미국이 디리스킹(de-risking·위험축소)을 언급하면서 각국이 자국 국익을 수호하는 차원에서 중국과 경제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큰 틀에서 미국과 일본도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생각은 있긴 하지만 완전한 형해화, 완전한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며 “그래서 견제와 관여의 이중 정책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중 관계는 상황이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상호 존중’과 ‘호혜’를 강조하며 달라진 대중 정책으로 관계 재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최근 싱 대사 발언을 계기로 그동안 불편했던 속내가 표출됐다. 한국 측이 싱 대사에 대한 중국의 조치를 요구하고, 중국이 이에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 관계 재정립을 두고 양국 간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박 교수는 “한국은 미일과는 다르게 대중 정책이 변화는 과정이기 때문에 불협화음이 조금 더 들리는 것은 맞지만, 윤석열 정부도 견제와 관여 이중 구조로 정책을 끌고 가고 있다”며 “아직 관여의 모습이 명확하지 않고 갈등의 모습이 부각되는 것으로, 이를 관리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상호 존중’과 ‘호혜’라는 대중 정책을 실현해 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한국 측도 중국의 사활적인 이해를 건드리지 않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외교는 기본 방향을 추진하는 것과 국익을 추구하는 행위 두 가지 수를 같이 둬야 한다”며 “어떻게 보면 이중적으로 보이는 행위들도 ‘국익’이라는 목적을 위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외교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내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중 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5일 “자연스러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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