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ㆍ신상윤 기자]삼성그룹 총매출액(금융사 포함 주요 20개 계열사)이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정부 총수입을 넘어서게 됐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한 지 꼭 20년 만이다. 지금까지 기업의 매출이 국가 수입과 예산을 넘어선 경우는 지금까지 2006년 핀란드의 노키아가 유일하다.

삼성전자가 7일 발표한 지난 해 4분기 경영실적은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8조3000억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5.24% 늘었고, 영업이익은 6.11% 줄었다. 당초 국내증권사는 9조원대, 외국계 증권사는 8조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결과 8000억원에 달하는 신경영 20주년 특별상여금과 원화강세에 따른 환율영향, 그리고 재고조정 등으로 인해 외국계 예측치에도 못미치는 부진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해 글로벌 IT업체가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던 것을 감안하면 주력사업인 스마트폰과 프리미엄TV의 성장과 더불어 메모리 반도체 등 부품사업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경쟁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기대보다 못한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주력사업의 경쟁력 약화보다 일회적ㆍ단기적 요인이 겹쳐 일시적으로 둔화된 것으로, 올 1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1면) 삼성그룹, 나라보다 돈 많이 벌었다

하지만 지난 해 연간으로 따지면 매출액이 228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37조원에 육박하면서 전년에 수립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가율로 따지도 전년대비 매출은 13.6%, 영업이익은 26.5%나 된다. 2005년 이후 9년째 사상최고 행진이다. 지난 해 9월말 기준 삼성그룹 매출총액 344조 5251억원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4분기 매출 59조원과 나머지 계열사의 4분기 예상실적을 감안하면 지난 해 전체로는 39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작년 대한민국 정부 총수입이 350~360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그룹 총매출이 이를 넘어선다. 최종 수치는 4월께 확인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내부적으로 2012년에 이미 연계매출 380조원을 거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공인받은 숫자는 아니다. 결국 공식적으로 삼성그룹 매출이 대한민국 정부를 추월하는 것은 2013년이 첫 해가 된다. 올 해도 삼성은 연 10% 가량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어서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삼성전자의 힘 바탕으로 삼성그룹이 대한민국 정부를 넘어서는 매출을 거뒀다는 것은 기업 육성이 국가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같은 초일류 기업이 국내에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제2, 제3의 삼성을 육성해 국가와 기업이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