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여긴 세계 금융자본주의의 ‘메카’인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다. 욕설마저 ‘우아한’ 고참 주식 중개인이, 아직 말과 몸이 바짝 긴장해 경직된 근육이 풀리지 않은 ‘신참’에게 이른다. 점심식사 자리, 예의 익숙한 동작으로 ‘에피타이저’를 겸한 ‘약(마약)’을 한 번 들이킨 후다. 눈이 휘둥그래진 신참에게 ‘놀랄 것 없다’는 표정이다.

“마약과 창녀가 이 바닥에선 필수네. 자네가 할 일은 뭔가? 고객들 돈을 불려주는 것? 신경 끄게. 자네 돈벌이에만 집중하게. 성공 비결은 고객 돈을 내 주머니에 넣는 것이네. 그것을 위한 제1 법칙이 뭔 줄 아는가? 고객의 이익을 실현시키지 않는 것이지. 끊임없이 재투자를 권하는 것이야.”

1980년대 후반,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만 돈에 미쳐 월스트리트를 찾은’ 신혼의 20대 초반 청년은 몇 년 만에 월스트리트에서도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증권중개사를 운영하고 개인 헬리콥터와 초호화 자동차 6대, 코코 샤넬이 한때 소유했던 167피트짜리 요트를 가진 억만장자가 된다.

영화의 타이틀롤을 맡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오프닝에서 “내 이름은 조던 벨포트다. 내가 26세가 되던 해 4900만달러(현재 520억원)를 벌었지만, 나는 성질이 뻗쳤다. 왜냐하면 매주 백만달러씩 벌 수 있었는데, 1년 중 석 주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 영화의 거장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신작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실존 인물 조던 벨포트의 동명 자서전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다. 1980년대 성공에 대한 야망과 탁월한 수완으로 젊은 나이에 월스트리트의 주식 중개인이 된 조던 벨포트는 미국 증시 사상 최대의 주가 폭락 사태였던 1987년 ‘블랙먼데이’로 직장을 잃지만 장외의 싸구려 주식을 거래하는 이른바 ‘페니 증권’ 브로커로 재기한다. 그는 롱아일랜드의 변두리 차고에 스트래튼오크몬트라는 회사를 차리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폭리를 취하며 몸집을 불려간다. 처음에는 주식 건당 몇 센트에 불과한 페니 증권을 취급하며 하류 계층의 주머니나 털던 조던 벨포트의 회사는 부호 고객에게 발을 넓히고,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가격을 폭등시킨 후 되파는 사업 방식을 펼치며 승승장구한다. 이때 그가 얻은 별명이 ‘월가의 늑대’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긁어모으던 조던 벨포트는 날마다 술과 마약, 매춘부를 동원한 ‘난교 파티’를 연다. 그러던 중 탈법과 편법을 오가던 사업방식이 FBI의 수사 표적이 되고, 결국은 스위스 은행을 통해 자금을 빼돌리다가 조던 벨포트는 추락을 맞이하게 된다.

약 3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재즈와 힙합, 록음악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스크린에선 술과 마약, 난교 파티 장면이 이어지며 영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음담과 욕설이 끊이지 않는다. 디캐프리오는 그의 전작인 ‘위대한 갯츠비’를 연상케 하는 야망에 부푼 청년부터 타락한 금융자본가의 욕망까지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현란한 말과 제스처로 보여주는 자기 합리화와 자아도취 그리고 마약과 섹스의 탐닉으로 드러내는 자기 연민은 소름끼칠 정도의 압도적인 연기라 할 만하다. 70세가 넘은 스코시즈 감독은 독설에 가까운 화끈하고 통쾌한 코미디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이면과 월스트리트의 모럴해저드를 농락한다. ‘갱스오브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셔터아일랜드’ 등 스코시즈-디캐프리오 콤비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작에 가깝다. 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