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통제소·경찰 소방 경고에도
흥덕구청·청주시청 등 조치없어
사고원인·책임 가리기 수사 착수
14명이 사망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두고 책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참사 당일 교통통제 문제, 미호강 범람 원인인 임시 제방 부실 등 책임소재를 두고 ‘네 탓’이 계속되는 가운데, 향후 경찰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정황이 밝혀질 전망이다.
17일 정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둘러싼 책임 공방은 크게 ▷참사 당일 교통통제 부재 ▷사고 원인인 미호강 임시 제방 관리 문제 ▷ 112신고가 접수됐음에도 현장 조치 부재 등으로 나눠진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께 행복청이 가설한 교량 공사용 제방 45m가 불어난 미호강 물에 붕괴되면서궁평2 지하차도가 침수됐다. 해당 사고 현재까지 14명이 사망했다.
먼저 참사 당일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자체간 입장 차이가 엇갈리고 있다. 홍수통제소가 여러 차례 하천 범람 경고를 했음에도 흥덕구청, 청수시청, 충청북도 모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고 전날인 지난 14일 금강홍수통제소는 홍수주의보를 발령했고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새벽에도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상향 조정하면서 도청과 구청에 상황을 통보했다. 또 사고 발생 2시간 전에는 홍수통제소가 흥덕구청에 전화를 걸어 재차 상황을 알렸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당시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구청은 시청, 시청은 구청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흥덕구청은 “청주시에 상황을 알렸다”는 입장이고, 청주시는 도청 관할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충청북도 또한 “홍수경보라고 해도 지하 차도 중심에 물이 고여야 교통 통제를 시작하는데 오송 지하 차도는 제방이 무너져 갑자기 침수됐기 때문에 통제할 겨를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자체 간의 엇박자가 나지 않기 위해 재난상황의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이 ‘따르기 쉽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오송 참사의 원인에 대해 “재난 강도가 강했다는 면에서 지자체에서 산사태라든지 침수 상황에서 위험 단계가 상향될 때 적시에 필요로 하는 조치들이 이뤄질 수 있는 행정력과 인력을 갖췄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호천교를 새로 지으면서 평소 제방관리가 허술했다는 오송 지하차도 주변 주민들의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당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주관하는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 현장 주변 임시 제방이 주변 제방보다 턱없이 낮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당시 흙과 모래 포대로 이뤄진 임시제방은 미호강 밑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로 여유가 부족했다. 무너진 임시제방은 장마철을 앞두고 지난 7일까지 임시로 쌓은 것이다. 사고 당일 새벽 제방 보강공사가 진행되긴 했으나 폭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고 당시 임시 제방이 매우 약했다”며 “높이 문제가 아니고 제방 자체를 건드렸다가 다시 쌓는 작업을 최근에 하고 있었는데, 다시 쌓으면 흙이 느슨해지면서 제방이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경찰과 소방이 관련 사고와 민원을 접수한 사항을 지자체에 알렸으나, 지자체에서 도로통제 등에 관한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하기 1시간 전인 지난 15일 오전 7시 51분께 미호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12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상황실에 전파했고, 청주시 당직실에도 전달됐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진 않았다. 사고 30분 전에도 경찰 상황실에 지하차도 차량 통행을 막아달라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이 충북도와 청주시 등 관계 기관에 전파했다고 했으나 아무런 안전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충북경찰청은 전날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88명의 수사관이 참여하는 전담팀에서는 침수 차량에 대한 감식 및 미호강 제방 등을 1차 감식했다. 홍수 경보를 발령한 금강홍수통제소와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충청북도,청주시, 흥덕구 등 관할 지자체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여진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후진국일수록 인재를 천재로 만든다. 천재라도 인재 요소가 있는지 없는지 찾아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빛나·정목희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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