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판사 “난민법에 위배”

불법 입국 시 망명 거부 ‘논란’

보수진영·인권단체 모두 비판

미국과 멕시코 국경인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는 이민자들 [AFP]
미국과 멕시코 국경인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는 이민자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 연방 법원이 불법 입국자의 망명 신청을 거부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난민 정책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민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보수 진영과 인권 단체의 양면 공격을 받게 됐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존 타이거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판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난민 정책은 실질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모두 유효하지 않다”면서 “미국에 입국한 비시민권자를 망명 자격이 없는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이민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입국자를 즉시 추방하는 내용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 ‘타이틀42’를 지난 5월 폐지하는 대신 국경 경비를 강화하면서 망명 신청은 앱으로 사전에 받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했다. 불법으로 입국하다 적발될 경우 망명 신청 자격은 박탈하고 향후 5년 간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처벌 조항도 포함했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이러한 정책이 이민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미국 영토에 들어온 사람은 입국 경로와 관계 없이 망명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난민법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980년 제정된 미국 난민법은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국경을 건너든, 불법 입국을 하든 망명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1939년 미국 정부가 나치를 피해 탈출한 유대인 난민을 태운 세인트루이스 호를 불법 입국 했다는 이유로 독일로 돌려보냈다가 승객 900명 중 254명이 홀로코스트로 사망했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 계기가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재판 과정에서 “새 정책이 국경 혼란을 막았다”며 “정책이 무효화되면 불법 입국이 급증해 정부에 부담을 주고 이민자 처리 시설이 과밀돼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실제 지난 6월 기준 멕시코 국경을 넘다 체포된 불법 입국자 수는 9만9545명으로 이전보다 42% 감소했으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적은 숫자를 보였다. 타이틀 42호를 폐기하면 불법 이민자 수가 크게 늘 것이라는 공화당의 비판과는 다른 결과다.

그러나 타이거 판사는 정책 무효화 후 혼란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멕시코에서 입국 허가를 대기 하는 이민자들이 심각한 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행정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미국 정부가 건전한 망명 시스템이 없거나 안전하지 않은 국가에서 이민자들이 망명 신청을 우선 하도록 강제해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멕시코 국경 도시인 마타모로스 등지에서는 미국 이민국과의 면담을 기다리며 대기 중이던 이민자들이 갱단에 의해 납치돼 몸값을 요구받거나 강간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곧바로 캘리포니아 제9순회항소법원에 항소했으며 이번 판결에 대한 효력 정지도 청구할 계획이다. 타이거 판사는 항소 준비를 위해 판결 효력을 2주간 연기해 달라는 정부 요청을 받아들였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은 좌우 진영 모두로부터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공화당이 내년 대선에 지지층 결집을 위해 남부 국경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