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트칸 판사 배정…의회 폭동 가담자에 강경 판결

NYT “민주주의 핵심 공격…더 중대할 수 없어”

지난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지난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형사 기소됐다. 미국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를 뒤집고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는 전례 없는 혐의를 받은 만큼 내년 대선 도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연방 대배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을 속이려는 음모 ▷유권자 권리 침해 ▷공식절차 방해 ▷공식절차 방해를 위한 음모 등 4가지 범죄를 저질렀다며 기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 주를 포함해 7개 주에서 가짜 선거인단을 꾸려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찰은 이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선거 결과를 의회가 승인하는 절차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허위 주장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모금을 하는 한편,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도록 유도한 혐의도 받는다.

기소장은 “피고는 선거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 2020년 11월 3일 선거일 이후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부정을 저질렀고 실제로는 자신이 승리했다는 거짓말을 퍼뜨렸다”면서 “이러한 주장은 허위이며 피고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번 사건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타냐 S. 처트칸 판사에게 배정됐다. 처트칸 판사는 의회 폭동에 가담한 트럼프 지지자들에 대해 강경한 판견을 내렸으며 의회 폭동을 조사하는 하원 1월 6일 위원회에 관련 문서를 공개하지 말라는 트럼프 측의 요청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처트칸 판사는 판결문에 “대통령은 왕이 아니며 당신은 대통령이 아니다”고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이번이 세번째다. 이번 기소를 담당한 잭 스미스 특별 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자신의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에 정부 기밀 문서를 절차를 위반해 부적절하게 보관했으며 정부가 회수하려는 노력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이미 기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막바지에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 사실을 입막음 하기 위해 거액을 건넨 혐의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번 기소를 “1930년대 나치 독일, 구소련 등 독재정권의 행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비미국적 마녀사냥은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줄곧 그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하며 검찰이 정치적인 이유로 그를 수사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그러나 메릭 갈랜드 법무부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일련의 수사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부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갈랜드 법무부 장관은 베테랑 경력 검사로 불리는 스미스 검사를 특검으로 임명했으며 수사를 분리하고 임명권자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성을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기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 출마 자격을 잃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높다.

NYT는 “이전의 기소와는 달리 이번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공격한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이보다 더 중대한 사건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번 기소의 정치적 의미를 강조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 중인 아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는 “이번 기소는 트럼프가 국익을 위해 캠페인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나의 이전 요구를 재확인해 준다”며 “그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유권자들은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NYT와 시에나대 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 54%의 지지를 받고 있어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