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사업주의 허술한 답변을 이용해 연봉 1억원에 가까운 월 급여를 달라고 소송을 한 중국집 배달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중국집 배달원 A씨가 사장 부부를 상대로 청구한 해고 무효확인 및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중국집을 운영하던 사장 부부는 2020년 9월 배달직원 모집을 위해 구인 공고를 냈다. 광고에는 '급여 330만원 이상, 근무 기간 1년 이상, 주 6일 근무, 배달 고정 일당 14만원'이라는 조건이 제시됐다.
임금 항목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급여'라고만 표시했기에 A씨는 "배달 정규직원, 근로시간 09~21시, 주 6일 근무, 주 1회 평일 선택 휴무, 하루 식사 2~3회 제공, 월 기본급여 330만원 조건에 가능하냐"라며 '급여'를 '기본급여'라고 바꿔서 묻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사장은 "네, 맞다"라고 답했고, A씨는 "제가 문자로 전송한 근로조건이 모두 가능하다는 말씀이신가요"라고 재차 물었다. 사장이 "그렇다"고 재차 답변하자 A씨는 면접을 거쳐 다음달 3일 근로를 시작했다.
이후 사장은 A씨의 출근 닷새째 되던 날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려고 했으나 A씨는 기본급여 330만원에 각종 수당을 합해 월 659만원을 받아야 한다며 서명을 거부하고 일주일되는 날부터 출근을 중단했다. 급여 659만원은 4대 보험료 등을 포함할 경우 연봉 1억 수준이다.
결국 중국집 사장은 출근을 중단한 A씨에게 해고 통보하고 한 달 뒤 그를 해고했다. 이에 A씨는 지역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당했다.
그러자 A씨는 "기본급이 330만원이냐"라는 질문에 사장이 "맞다"라고 답한 점을 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으므로, 해고를 무효로 하고 급여 659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또 "식사 시간에 배달 업무를 시켰고 정당한 휴게시간도 주지 않았다"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구인 광고는 근로자 급여가 '월 330만원'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배달원들은 기본급여와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임금의 총액을 협의하고 근무하는 게 일반적 관행"이라며 사장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중국집의 다른 배달원들도 월 330만원 수준의 총급여를 지급받았을 뿐 별도 수당을 지급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직원들과 달리 A에만 약 2배에 이르는 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감수하고 구인 광고를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미 유사한 배달업종에서 여러 차례 근무한 경력이 있던 A도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배달업 특성을 고려했을 때 통상적인 식사 시간에 배달업무를 해야 했다는 사정만으로 A에게 정당한 휴게 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그럼에도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출근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장 부부의 독촉에도 계속 출근을 거부한 것은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 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서, 고용관계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잘못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 서울고등법원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설령 A의 주장처럼 사장의 답장이 '기본급으로만 월 33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의미라고 해도 사장의 '진의'와는 다른 의사 표시로서, 이는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해 근로계약은 취소됐다"고 지적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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