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로 회춘한 70대 할머니…한번도 연애 못 해본 여자…강박 · 결벽증 밥맛 없는 남자
꽃다운 20대 처녀 외모로 회춘한 70대 할머니, 삐뚠 것 못 참고 시간표 1분 1초까지 지키며 사는 강박ㆍ결벽증 사내, 한 번도 연애 못 해본 여자, 이성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봤지만 단 하나 사랑만은 못 해본 남자.
‘수상한 남녀’들이 몰려온다. 제목부터 그렇다. ‘수상한 그녀’ ‘플랜맨’ ‘한번도 못 해본 여자’ ‘남자가 사랑할 때’ 등 주인공의 특별한 사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해 한국영화는 ‘캐릭터’로 승부한다. 모든 영화의 무기가 인물과 이야기지만, 새해 초의 작품들이 특별한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할 정도로 주인공들이 비범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인물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비범한 캐릭터의 평범한 이야기’라 할 만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상한 주인공이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노력하기 때문에 특별한 이야기’다.
발군의 캐릭터로 가장 첫 손가락에 꼽힐 만한 작품은 ‘수상한 그녀’(감독 황동혁ㆍ22일 개봉)다. 아들을 어렵게 키워 국립대 교수로 만들어놓은 노모(나문희 분)가 주인공이다. 아이를 임신한 채로 남편과 사별하고 제 한몸 의지할 곳 없는 세상에서 모진 풍파 견디고 살아온 만큼 드세고 억척스럽기 그지없는 욕쟁이 할머니. 그런데 우연히 찾아간 ‘청춘사진관’에서 기이한 일을 경험한다. 바로 꽃다운 20대 시절의 자신의 외모로 돌아간 것. 심은경이 연기하는 20대 외모의 70대 노파 연기가 압권이다. 얼굴은 뽀얀 피부의 소녀인데 ‘뽀글 파마’에 펑퍼짐한 치마를 두르고 나문희에 빙의된 것처럼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로 웃고 타박한다. 회춘한 오말순은 노래하고 사랑하며 모진 세월 자식을 키우느라 잃었던 젊음을 되돌려받는다. ‘수상한 그녀’는 자식세대를 위해 헌신했던 어머니에게 보내는 ‘송가’이자 ‘헌사’다.
9일 개봉하는 ‘플랜맨’은 강박과 결벽증을 갖게 된 남자의 ‘사랑 만들기’를 그린 로맨틱코미디다. 6시 기상부터 출근과 퇴근까지 매일을 1분 1초 한 치 오차 없이 항상 정해진 계획대로 사는 남자 한정석(정재영 분)은 눈앞에 삐뚤어진 물건을 보지 못하고, 남들과 손만 스쳐도 소독ㆍ살균의 난리법석을 떨 정도로 강박과 결벽증이 중하다. 매사 용의주도한 그가 자신이 정해놓은 단계에 따라 오랫동안 관찰하고 지켜봤던 편의점의 여인에게 애정고백을 하려는 순간, 돌발적인 사건이 일어나 애초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인생이 꼬이게 된다. 한 치의 흐트러짐에도 불안과 공포에 빠지는 주인공 역의 정재영이 ‘관록’만큼이나 빼어난 희극 연기를 보여준다.
40대 연기파 배우의 또 다른 스타인 황정민은 ‘남자가 사랑할 때’(22일 개봉)에서 소년처럼 난생 처음 사랑에 눈뜬 ‘건달’ 역을 맡았다. 주인공 한태일은 나이 마흔에 친구의 사채업체에서 일하면서 교도소를 제 집처럼 들락거리고 아직도 형 집에 얹혀사는 대책 없는 남자다.
영화사는 이 캐릭터를 한마디로 ‘여자랑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 봤지만 정작 사랑만은 못 해본 남자’라고 소개했다. ‘순정마초’의 순수하고 처절한 사랑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받는 작품이다. 황우슬혜가 타이틀롤을 맡은 ‘한번도 못 해본 여자’(16일 개봉)는 평생 모범생처럼 살아오며 키스 한 번 못 해본 통계학과 여교수의 ‘연애학개론’이다. 주인공은 누드 전문 화가로부터 남자와 연애에 관한 모든 것을 전수받아 실전에 나선다.
지난해 초 극장가를 휩쓸었던 ‘7번방의 선물’의 ‘바보 아빠’(류승룡 분)의 신화를 재현할 캐릭터가 신년 초에 나올 수 있을까.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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