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우려·합의 종용에 신고 극소수
사채 피해자가 되레 사기죄 입건되기도
#. 올해 초 불법도박 자금을 마련하려던 고등학생 A양은 3일 뒤 14만원을 변제하는 조건으로 10만원을 빌렸다. 이를 갚지 못한 A양은 하루에 연체비가 4만원씩 쌓이자 이를 부모에 알렸다. 해당 사건은 경찰 신고 없이 A양 부모 측이 대신 원금을 변제하면서 마무리됐다.
청소년들 사이 불법사채 피해가 잇따르면서 당국에서도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대처에 나섰지만 예방 효과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청소년들은 신고를 극히 꺼리는 경우가 많고, 피해 금액이 적다면 A양처럼 보호자 차원에서 마무리되는 사례도 많다.
또 해당 거래가 법정 이자율 넘어서는 불법사채임을 인지하지 못한 경찰이 돈을 갚지 못하는 피해자를 사기혐의로 입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경찰 등 유관기관과의 적극 대응 방침 계획을 밝히고 피해가 발생했을 시엔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신고할 것을 독려했다. 관련 내용을 담은 온라인 가정통신문을 만들어 전국 중·고등학교와 지방교육청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의 대처가 관련 피해를 예방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법사채를 받은 후 추심 협박을 당하는 일이 흔한 만큼, 청소년 피해자는 신고 이후 피해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지인 관계인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채가 이뤄졌다면 학교폭력 우려에 신고를 더욱 꺼린다.
경찰 출신인 김보영 브라이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소위 ‘일진’ 무리가 불법사채를 주는 경우 피해자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고 했다.
피해자 신고는커녕, 불법사채업자 측이 ‘돈을 갚지 않는다’며 피해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김 변호사는 “경찰 입장에선 사기죄로 접수된 내용에 대해서만 수사를 할뿐 해당 대출이 불법인지 여부까지는 보지 않아, 피해자가 오히려 입건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일명 ‘핸드폰깡’으로 알려진 내구제대출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청년 사례에 비춰 짐작해볼 수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금융상담 등을 실시하는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내구제대출 피해자를 대상으로 지난 3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피해자 41명 중 65.9%(27명)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들이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 대부분(55.6%)은 ‘경찰에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였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본인 명의의 핸드폰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수사 일선의 전문성과 적극성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주세연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은 “우선 경찰에서부터 내구제대출에 대한 인지가 부족해 피해자가 직접 설명을 해야 한다”며 “신고를 했다가도 ‘본인도 공범이 될 수 있는데 진행할 것이냐’는 답변을 듣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공범으로 규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경찰 신고를 시도했던 내담자들 사례를 보면, 돈을 갚기로 약속하고 빌린 정황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합의하고 종결하라’는 말에 신고를 포기하곤 해, 수사 일선의 의지가 약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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