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위험 권총 대대적 도입에도
일선 경찰들은 여전히 의문 남아
현장 제압 역할 모호하다는 지적도
[헤럴드경제=김빛나·박지영 기자] “저위험 권총 있어도 쏠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내 목숨이 위협 받지 않는 이상 테이저건도 사용 안 할 것 같은데요.”
30일 만난 서울 소재 경찰서 소속 A 경정은 정부가 치안 강화 정책 일환으로 꺼낸 저위험권총 도입에 의문을 표했다. 소송 등 원치 않는 불이익때문에 테이저건도 사용하기 어려운 현장에서 저위험권총이 답이 될 수 없다는 것. 저위험권총은 살상력이 10분의 1 수준인 특수 탄환으로 사용하는 권총으로, 국내 업체가 개발했다.
서울 시내 한 파출소에서 일하는 B 경감은 “테이저건도 어떤 사람은 맞아도 괜찮고, 어떤 사람은 맞으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니까 그냥 몸으로 막는다. 매뉴얼이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복잡하게 머리 아파서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3년 안에 저위험 권총을 포함해 38구경 권총을 지급해 지역 경찰 기준 1인 1총기를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실효성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장에서 경찰의 물리적 행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다는 비판이 여전한 가운데 무기를 도입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지난 26일 서울 은평구 흉기난동범과 경찰의 대치 상황에서도 강경대응보다 치킨과 소주를 사주며 설득하는 방법을 택한 경찰이 적절한 지를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테이저건과 38구경 권총 사이에 있는 저위험 권총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경찰 출신인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통 총기는 흉기를 들고 있는 대상자를 상대로 사용한다”며 “사람에게 해를 입힐 수준의 위협이 갑자기 발생했다고 보자. 정말 위급하다면 관통력이 낮은 저위험 권총으로는 제압이 어려울 수 있다. 위험도가 낮은 상황이라면 테이저건을 사용하지 권총까지 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매뉴얼 등을 통해 저위험 권총을 어떤 상황에서 사용할 지가 명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리력 사용에 대한 책임 문제도 남았다. 일선 경찰관이 총기 사용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민형사상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정신질환자 A씨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A씨 가족에게 약 3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사건도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테이저건을 사용한 뒤, 엎드려있는 상태로 양손을 뒤로 모아 수갑을 채운 경찰 조치가 과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저위험 권총 사용 메뉴얼 등 절차를 거친 뒤 내년도부터 사용할 방침이다. 테이저건, 권총 등 각종 경찰의 물리적 대응은 현재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라 진행하고 있어 해당 규칙 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저위험 권총에 대한 매뉴얼이 별도로 만들어진 건 아니고 보급 시점에 맞춰서 마련돼 현장에 보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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