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관 일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가 8일로 22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전 일본 총리 방한을 계기로 시작한 이 집회는 그동안 1107회에 걸쳐 열리며 역대 최장 집회 기록을 세웠다.

첫 집회 때 시선을 의식해 참석하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7번째 집회가 열리던 1992년 2월26일 용기를 내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대협은 2007년 8월 광복 62주년을 맞아 독일ㆍ필리핀ㆍ인도네시아 등 10개국 13개 도시에서 일제히 일본의 사과를 촉구했으며, 작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집회가 열려 김복동 할머니가 참가하는 등 국제사회에 문제를 알리는 데도 힘써왔다.

지난 2008년 3월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수여하는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기도 했다.

1000회를 맞은 지난 2011년 12월 일본대사관 건너편 인도에 위안부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평화비가 건립됐으며, 집회가 열리는 도로는 ‘평화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할머니들은 전쟁범죄 인정, 진상 규명, 공식 사죄, 법적 배상, 전범자 처벌, 위안부 문제를 역사교과서에 기록하고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침묵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우경화 행보를 이어가며 지난 연말에는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까지 강행해 할머니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커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할머니들의 생존자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한 해만 4명이 타계해 현재 정부에 등록된 237명의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56명만 남아 있다.

등록됐던 181명의 할머니가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날 집회에서 김복동ㆍ길원옥 할머니와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주세요’를 낸 가수들이 참가해 수요집회가 지난 22년간 돌아온 길을 되돌아보는 기념식이 열린다.

정대협은 “피해자이면서도 긴 시간 침묵을 지켜야 했던 위안부 생존자들은 수요집회를 통해 당당한 역사의 증인이자 운동의 주체자로 변화했다”며 “인권과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국경, 이념, 세대, 성별을 초월하는 연대의 장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