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최근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인 가석방ㆍ사면이 필요하다는 여권 내 기류가 흐르면서, 선처의 대상이 될만한 기업인들이 어떤 이유로 수형 중인가에 대해서도 재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거나, 판결이 확정돼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주요 기업인으로는 최태원 SK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현재현 전 동양 회장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 가운데 형이 확정돼 사면이나 가석방의 요건을 갖춘 이는 얼마되지 않는다.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인 이재현 회장과 이호진 회장은 선고가 이른 시일 내에 난다면 사면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치료를 위한 보석 기간이 길어 형기의 1/3 이상을 채워야 하는 가석방의 대상은 되지 못한다.
조석래 회장은 이제 겨우 1심이 진행 중이어서 유무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강덕수ㆍ현재현 회장도 2심이 진행중이다.
결국 당장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주요 기업인은 최태원 회장과 구본상 부회장 뿐인 것이다.
▶회삿돈을 개인 투자에… 법정서는 거짓말 일관한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은 올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현재 23개월째 수감 중이다.
법원이 인정한 그의 혐의는 개인 투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돈이 아닌 그룹 계열사의 자금 465억원을 가져다 썼다는 것. 그룹 계열사 고문이었던 김원홍 씨의 투자 능력에 홀딱 빠진 최 회장은 밑빠진 독처럼 돈을 요구하는 김 씨에게 투자금을 대느라 손대지 말아야 할 돈에까지 손을 대고야 말았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 회장은 검찰 조사와 1ㆍ2심 재판 과정에서 계속해서 거짓말을 했고 사건의 실체조차 알기 힘들 정도로 사건의 실타래를 흐트려뜨렸다. 최 회장의 항소심을 맡았던 재판부가 매회 공판 때마다 수시간씩 들여 직권 심문을 했던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김원홍 씨가 해외로 도피했다가 다시 국내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에 SK그룹이 개입해 있었다는 의혹도 사건을 진흙탕 속으로 빠뜨렸다.
결국 법원은 그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벌에 대한 엄벌기조가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실형 확정 판결은 그때까지만 해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를 농단한 것이 괘씸죄로 찍혀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평이 많았다.
▶일반인 피해자 1000명… 이미 선처받은 구본상 부회장
구 LIG넥스원 부회장은 올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돼 26개월째 수감 중이다.
그는 LIG건설이 부도가 날 것을 알면서도 이를 숨긴 채 수천억원대의 기업어음(CP)을 팔았다. CP는 이내 휴지조각이 됐고 아무것도 모른채 투자했던 1000여명에게 2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안겼다. 그와 함께 범행을 한 아버지 구자원 회장과 동생 구본엽 부사장도 역시 유죄로 인정됐다.
이 사건은 3부자의 그룹 지배권 확보를 위해 수많은 일반인 피해자를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지탄의 대상이 됐다. 특히 뒤이어서 동양그룹과 웅진그룹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성 CP를 발행,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돼 범죄의 심각성이 재차 환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피해 보상을 했기 때문에 선처를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피해 보상을 했다는 점은 이미 2심 당시 감형의 논리로 사용됐다.
1심에서 구 부회장은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 들어 피해 보상을 하고 피해자들과 합의를 했다는 점을 이유로 선처를 요구했고, 검찰과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형이 절반으로 줄었다. 같은 이유로 가석방 혹은 사면까지 한다면 이중선처를 하게 되는 것이다.
법무법인 민우의 김정범 변호사는 2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흔히 정치권에서는 국민경제의 어려움과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이 투자유치를 이끌어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를 내세우는데, 그렇다면 일반 수형자는 국가나 사회발전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라고 물으며 “결국 정치권이나 언론의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 논의는 경제회복을 이유로 범죄행위를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라고 최근의 가석방 논의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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