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쥔 채 느린걸음 입정·질문 대답 안해

검찰 1600쪽 의견서·이 대표 직접 설명 가능

역대 최장심사 전망…결과 늦은저녁·새벽 전망

범죄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가 관건

검찰, 사안 중대성·증거인멸 정황 강조

이 대표, 관련자 진술 신빙성↓·배임 동기 없어

영장 발부 시 최장 20일 구속수사 가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안세연 기자] 백현동 개발비리 및 대북송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 기로에 놓였다.

이 대표는 26일 10시 3분께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 출석했다. ‘영장심사 소감’, ‘증거인멸 교사 혐의 방어 전략’, ‘직접 변론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 없이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 대표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양복을 입고 한 손에 지팡이를 쥔 채 변호인단과 영장심사가 열리는 321호로 입정했다. 비가 내린 이날 법원 일대는 지지자·반대자들이 갈라져 “이재명 구속하라”, “기각이 정의다” 등 구호를 외치며 소란이 일었다.

구속 여부는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결정된다. 이날 늦은 저녁 또는 27일 새벽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이 1600쪽 가량의 의견서를 준비한데다 이 대표가 직접 구속 부당성을 설명할 수도 있는 만큼 역대 최장 영장심사가 예상된다. 기존 최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10시간 6분을 받았다.

형사소송법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있는 경우를 구속의 요건으로 한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서 현실적으로 도주 우려가 없는 만큼 범죄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려면 일차적으로 범죄 혐의가 소명돼야 한다. 혐의에 대해 사실적·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면 법원은 구속수사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기각하는 경우가 대분이다. 유 부장판사는 앞서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영장심사에서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당시 유 부장판사는 “금품의 실제 수수여부, 금품 제공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범죄 혐의가 소명되더라도 구속수사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 부장판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강진구 더탐사 대표의 영장심사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이 수사과정을 통해 확보 돼 있다”면서도 “증거인멸 및 도우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처럼 혐의 소명 여부 자체만으로는 영장 발부로 이어지지 않는다. 혐의와 증거인멸(또는 도주 우려)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이날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를 부각할 방침이다. 백현동, 대북송금 의혹을 각각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들이 투입된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징역11년~36년 6월 이하의 징역 혹은 무기징역이 가능할 정도로 범죄 중대성이 크다고 규정했다. 이 대표의 범행 동기, 공모 관계 등이 다수 인적·물적 증거로 입증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더불어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 번복, 재판 기록 유출에 측근들이 개입한 정황도 담겼다. 성남시장 선거캠프 선대본부장 출신인 ‘백현동 개발 브로커’ 김인섭씨와의 친분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2018년 12월 자신의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 관련해 증인 A씨와 통화한 녹음파일도 법정에서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일에는 이 대표가 A씨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미 조직적인 증거 인멸이 이뤄졌거나 진행 중이라는 게 검찰 시각이다.

반면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관련 배임 동기가 없을뿐더러 사익을 한 푼도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법률과 유엔제재에 어긋나는 금품을 북측에 제공한 적이 없으며 직간접적으로도 부정한 청탁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 전 평화부지사 진술도 “궁박한 처지에 있어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한다. 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선 “있는대로 말해달라고 했을 뿐”이며 허위 증언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변호를 맡고 있는 판사 출신 김종근 변호사와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 대표는 영장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절차가 유력하다. 영장이 발부되면 이 대표는 바로 수감 절차를 밟는다. 구속수사는 10일, 기일을 연장할 경우 최장 20일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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