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216표 대 반대 210표

공화 강경파 8인, 민주당과 손잡아

새 의장 선출 ‘난망’…예산안·국방수권법 협상 '안갯속’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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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234년 미 의회 사상 최초로 해임됐다. 일시적 업무 정지(셧다운) 문턱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미 연방정부가 이번에는 하원의장 해임에 직면하면서 정국이 대혼란에 빠져 들고 있다. 후임 의장 선출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미국의 정치적 혼란이 세계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미 하원은 3일(현지시간)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해임 결의안에 대한 찬성표는 216표, 반대표는 210표였다. 공화당 의원 8명이 민주당 208명과 함께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찬성 표를 던졌다.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미국 의회 사상 첫 사례다. 1910년 조셉 캐넌 당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은 부결됐다.

전날 공화당 강경파로 분류되는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지난달 30일 임시 예산안 처리에 반발해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미 의회는 회계 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이전 연방정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가 대규모 예산 삭감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셧다운 위기가 코앞에 닥치자 매카시 의장이 논쟁의 중심에 선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과 국경 지원 예산을 제외한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제출하며 정부 셧다운 상황은 피해갔다.

그러나 매카시 의장의 이러한 결단은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해임 결의안 제출로 이어졌다. 지난 1월 하원의장에 선출되기 위해 한 명의 의원 만으로도 해임 결의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강경파에게 허용했던 매카시 의장의 양보가 불러온 역풍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해임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조언하면서 공화당의 내분을 부채질했다.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당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제 하원 공화당의 내전을 끝내는 것은 공화당 의원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화당 3선 의원인 톰 콜 규칙위원회 위원장이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기 전에 충분히 숙고하라”며 경고 메세지를 날렸지만 매카시 의장을 해임하려는 공화당 내 강경파의 움직임을 막는 데에는 실패했다.

하원 규칙에 따라 매카시 의장이 미리 선정한 패트릭 맥헨리 금융위원장이 의장 직무대행으로서 새 의장 선출 과정을 주재한다. 로이터통신은 “의장 직무대행은 최대 3일의 입법 기간 동안만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직무대행의 권한의 범위가 모호하다”며 의장 공석으로 인한 입법 공백을 우려했다.

새 의장이 선출되기 전에는 11월 17일로 예정된 본 예산안 처리를 위한 협상도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방 정책·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NDAA·국방예산법) 처리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주요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는 “거버넌스에 대한 우려로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하원 의장 선출은 매카시 전 의장 선출 당시보다 험난할 전망이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내 소식통을 인용해 매카시 전 의장이 의장직에 재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당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공화당에는 매카시 전 의장을 대신할 인물이 마땅히 없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원내대표는 스티브 스컬리스는 현재 암투병 중인데다 당내 3선인 톰 에머 원내총무, 톰 콜 규칙위원회 위원장 등도 의장직을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연방 지출을 대폭 삭감하려는 소수의 강경파 때문에 공화당 내 후보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카시 전 의장도 선출 당시 15차례의 투표 끝에 간신히 선출된 바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국이 직면한 시급한 도전 과제는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이 조속히 의장을 선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 해임 사태로 금융 시장 불안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45일짜리 임시예산안만 처리한 상태에서 하원 리더십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은 커지기 때문이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