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기소된 A씨
1·2심은 유죄…징역 8개월 집유 2년
대법원은 원심 깨고 사건 파기환송
“아무런 보호조치 없어…접근권한 본인 제한으로 보기 어려워”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인터넷 주소 끝자리 일부를 바꿔 입력해 동료의 다면평가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허술했다면, 다면평가 결과를 열람·유출한 행위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침입이나 타인 비밀 누설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받는 A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B사의 안전시설팀 직원으로 일했다. B사는 매년 직원 인사관리에 활용하기 위해 직원간 다면평가를 실시했다. B사는 지난 2019년도 다면평가 조사용역을 C사에 맡겼다. C사는 용역계약에 따라 다면평가 온라인 링크개발,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2019년 12월 30일부터 이듬해 1월 3일까지 B사 직원 78명의 이름, 소속, 평가 점수, 평가자 서술평가가 기재된 결과를 개인별로 전송해 자신의 다면평가 결과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 주소에 개인별 숫자 2자리가 붙은 방식이었다.
인터넷 주소 끝자리에 부여된 숫자를 변경하면 다른 사람의 다면평가 평가 결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안 A씨는 동료들의 다면평가 결과를 열람한 후 총 51명의 평가 결과가 표시된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해 저장하고, 2020년 3월 이를 회사 본부장에게 전송했다.
이 일로 A씨는 같은 해 12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보통신망법 48조 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1심은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반면 대법원은 하급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개별 전송돼 자신의 다면평가 결과를 열람할 수 있는 인터넷 페이지는 별도 로그인 절차나 개인인증 절차 없이 접속이 가능하고 인터넷 주소도 암호화 돼 있지 않았다”며 “특히 인터넷 주소 마지막이 숫자 2자리로 구성돼 마지막 숫자 2자리를 다르게 입력하는 방법만으로 다른 임직원 다면평가 결과를 열람할 수 있는 인터넷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C사가 B사나 B사 임직원들에게 다른 임직원 다면평가 결과 열람을 제한하는 것으로 볼 만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고, C사와 그 대표이사가 개인정보인 다면평가 결과가 유출되지 않도록 안정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형을 받고 판결이 확정된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C사가 평가 결과가 게시된 인터넷 페이지 주소만을 개별 전달했다고 해도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이상 접근권한을 임직원 본인으로 제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보통신망법이 금지하는 정보통신망 침입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A씨가 인터넷 주소 변경 입력 외에 별도 부정 방법 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의 비밀을 침해·누설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A씨는 1심 판결 후 B사로부터 해고 처분을 받았다. 이후 A씨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한 뒤 받아들여지자 B사는 해고가 정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지난 9월 서울행정법원은 ‘A씨에 대한 해고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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