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논란의 시발점이 됐던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생산한‘靑(청)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이 5일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로 ‘허위’라고 결론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찌라시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는 발언이 그대로 적용되게 됐다. 애초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가이드 라인을 줬다는 비판에서 진척된 사항이 없는 결론이라는 비판도 비등하다.
이 문건을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의 기사가 지난해 11월 28일 나온 이후 이날 검찰의 수사 발표가 있기까지 38일이 흘렀지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문건=허위’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청와대는 “별도의 입장 발표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38일 전이나 현재나 청와대로선 입장을 따로 낼 ‘사정 변경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른바 ‘정윤회 문건’은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한 박관천(49ㆍ구속) 경정이 ‘풍문’을 과장해 짜깁기한 것이고,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박 경정을 통해 이런 식의 문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 측에 전달한 걸로 드러났다.
문건 작성을 지휘한 조응천 전 비서관의 동기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 데다 문건의 핵심 당사자인 정윤회씨 측이 승마선수인 딸의 문제로 문화체육관광부 국ㆍ과장의 좌천에 입김을 넣었다는 또 다른 의혹은 이번 검찰 수사 결과엔 포함되지 않아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애초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적 의구심은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해당 문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일사분란하게 내놓은 ‘반응’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미스터리한 영역으로 몰아간 것과도 무관치 않다.
청와대는 세계일보의 문건 보도가 이뤄진 당일, “보도에 나오는 내용은 시중의 근거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한 걸로 판단하고 당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청와대는 오늘 안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발언은 좀더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며, 즉각적이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문건 유출을 언급, “국기문란 행위”라며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사실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같이 보도를 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같이 몰아가고 있는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문건 내용이 사실 무근임을 알리면서 검찰에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달 7일, 새누리당 지도부 60여명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도 작정하고 문건 유출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으로 이 사안을 털고 가려고 했다. 그는 ‘태풍의 핵’ 격인 정윤회 씨를 직접 거론하며 “정씨는 이미 오래 전에 내 옆을 떠났고, 전혀 연락도 없이 끊긴 사람”이라며 “역대 정권의 친ㆍ인척 관리를 보고 지만 부부는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문건 유출이 정씨와 박지만 회장의 권력암투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분석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는 또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문건 유출 사태로 불거진 여러 의혹 가운데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증언으로 세간에 알려진 ‘정윤회씨 측 입김에 의한 대통령의 문체부 국ㆍ과장 인사 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작년 12월 9일, 정리하고 넘어갔다. 그는 이날 국무회의에서“국무위원 여러분들은 개인의 몸이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서 맡은 분야의 일을 하는 분들”이라며 “국무위원의 직책은 이렇게 국민을 대신하고 또 그 실행이 나라의 앞날을 좌우하기 때문에 모든 언행이 사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행하는 그런 사명감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혹에 대해 정면돌파하기보단 공직자들의 기강을 재확립하려는 의도로 풀이하는 측이 적지 않았다.
이날 검찰의 수사 발표에 대해 청와대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또 다른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새해를 맞아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에 매진해야 하는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께가 유력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국정구상 발표ㆍ기자회견에서도 이번 문건 유출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이며, 일각에서 조언했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ㆍ청와대 비서진 개편론도 수면 아래로 잠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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