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주지 않던가 (중략)” - 김남조의 시 ‘설일(雪日)’

해송(海松) 위에 흰 눈이 소복이 쌓였다. 겨울 차디찬 바람 싣고 떠나는 기차의 뒷모습은 쓸쓸하지만 외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하늘 아래 외톨이라도 하늘만큼은 나와 함께라 하지 않았나. 생을 ‘황송한 축연(祝筵)’이라 노래한 시인의 겸허한 마음이 화폭에도 담겼다. 삭막한 겨울바다마저 너그럽고 포근하다.

시인의 펜과 화가의 붓이 만났다. 원로시인 김남조의 88세 미수(米壽)를 기념해 13명의 화가들이 동명의 그림으로 시인의 시를 그렸다. 서양화가 노태웅(59)은 김남조의 ‘설일’에 헌정했다.

박돈, 민경갑, 전준엽, 이명숙, 노태웅, 이희중, 황주리, 김선두, 정일, 노주환, 안윤모, 황은화, 한젬마가 참여해 22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시가 있는 그림’전이 강남구 학동로 갤러리서림(대표 김성옥)에서 열리고 있다.

갤러리서림은 시가 있는 그림 전시회를 통해 총 496편의 시를 111명의 화가들과 함께 회화, 판화, 조각, 설치 등 미술 작품으로 선보여왔다. 1987년 처음 기획돼 이번이 28회째다.

현대미술 작품들을 통해 우리 선조들이 즐기던 시(詩), 서(書), 화(畵)의 풍류와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로, 15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02-515-3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