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주호민이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후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최근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당한 특수교사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주씨와 아내 한수자씨가 이에 대한 심경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주씨 부부는 지난 4일 보도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특수교사 A씨의 유죄 판결 이후 심경을 고백했다.

주씨 부부는 그간의 비난 여론에 대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아내 한씨도 "여러 비판 속 결국 남은 얘기는 장애 아동을 분리하라는 이야기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포장돼 있던 게 벗겨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주씨 부부의 자폐 스펙트럼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가 1심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주씨는 또 "제일 끔찍했던 장면은 JTBC 보도 장면이었다. '주호민 아들 여학생 앞에서 바지 내려'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옆에선 수화(통역)가 나오고 있더라. 9살짜리 장애 아동의 행동을 그렇게 보도하면서 옆에서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수화가 나오는, (모습은) 아이러니의 극치라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주씨 부부는 아들에게 녹음기를 몰래 들려보낸 것에 대해선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한씨는 "녹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뭔가 꼬투리를 잡으려 하는 건 절대 안 된다 생각한다"면서도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지푸라기 하나 잡는 처참한 기분으로 가방에 녹음기를 넣은 것이다. 그걸 부모가 직접 확인하는 것은 저에게도 평생의 트라우마"라고 했다.

주씨는 A씨에게 유죄가 선고된 지난 1일 진행한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선 "아내에게 죽겠다고 말하고 유서를 쓰기도 했다"고 했다. 고 이선균씨 사망 소식을 듣고선 "그분이 저랑 (유서에) 똑같은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며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분이지만, 추도하는 기도도 혼자 했었다"고 했다.

그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언론이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고 본질을 왜곡하면서 여론이 불바다가 됐다. 그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시지 않을 것 같았다"며 "고통스러운 반년이었고 판결이 나왔지만, 상처만 남았다. 저는 여기서 마무리되길 바라지만, A씨가 항소한다고 하니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막막하고 괴롭다"고 했다.

앞서 주호민 부부는 2022년 9월 자폐가 있는 아들 주군을 가르치던 특수교사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주군이 일반 학급에서 수업을 듣다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성폭력으로 분리 조치되자 '머릿속에 뭐가 들었냐' '싫어 죽겠다' '이제 다른 친구들과 사귈 수 없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주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부착, 등교하게 해 증거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씨 부부가 특수교사를 무리하게 고소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가운데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지난 1일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에 대한 1심 공판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

이는 주 씨의 아내가 교사 몰래 자녀의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녹취록이 아동학대의 증거로 인정된 부분으로,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런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이 인정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지난 3일 "(동의 없이 녹음된 파일의) 예외적 증거 능력을 인정해 교실 내 불신과 다툼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전국특수교사노조는 지난 2일 "장애아동을 정상성에서 배제하고 별개의 특별한 집단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파장을 불러온 판결"이라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일 "이번 판결은 불법 몰래 녹음을 인정해 학교 현장을 사제 간 공감과 신뢰의 공간이 아닌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