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폭등…1만원 한 장으로 사과 두 알도 못 사
“스팸 선물세트가 10만원…차라리 상품권 선물하겠다”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오는 3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문현지(29) 씨는 명절에 양가 어른들을 찾아뵙는 자리에 들고 갈 과일 바구니를 사려고 한다. 설 용돈도 드릴 예정이지만 빈 손으로 가기가 어려워서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본 과일바구니의 최하 가격은 15만원부터 시작이었다. 예산을 10만원으로 잡았던 문씨는 좀 더 저렴한 마트에서 선물을 사기로 결정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과일가격 폭등세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8% 올라 122.7로 집계됐다. 특히 과일 물가 상승률은 28.1%로 전체 평균 상승률보다 10배나 높았다. 과일 품목별 상승률은 사과가 56.8%, 복숭아 48.1%, 배 41.2%, 귤 39.8%, 감 39.7%, 밤 7.3% 등이었다.
앞선 문씨의 사례에서 그가 구매를 망설였던 바구니에 들었던 사과와 배는 각 2만원, 샤인머스킷은 4만5000원, 망고, 애플망고, 천혜향은 각각 2만원, 2만5000원, 2만원이었다. 작년만 해도 백화점에서 애플망고 2개·사과 2개·샤인머스켓 1개·한라봉 2개가 들었던 과일바구니는 7만원 가량이었다. 작년과 올해 과일 가격을 비교하면 줄잡아 2배 가량 가격이 오른 셈이다.
백화점 뿐만 아니라 과일이 저렴하기로 유명한 영등포 청과물시장 시세도 올해 사과·배 등 과일값이 작년 설 대비 50% 올랐다.
도·소매를 겸하는 청과물상 대여섯 곳을 조사한 결과 제수용 배 8개들이 선물세트가 6만원(개당 75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제수용 사과도 기본이 7000원 이상이었다. 조금 알이 작은 사과 24개 세트가 15만원(개당 6250원)에 팔리는 것이 최저가였다.
이 곳 K상회 사장은 “지난해에는 사과와 배가 개당 5000원 이하였다. 명절에 가장 대표적인 인기 과일 두 개가 오르니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도 가격이 따라 올라 키 맞추기를 했다”고 언급했다. 그나마 K상회에서 가장 저렴한 과일인 한라봉은 5kg에 5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신선식품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으로 이루어진 선물세트도 값이 부담되긴 마찬가지다.
영등포구의 한 백화점 설 선물 코너에 진열된 가공육 통조림 스팸(340g) 8개들이 선물세트는 10만원(9만9900원)에 팔리고 있다. 또 참치 통조림 12개와 가공육 통조림(200g) 4개가 들어있는 선물세트도 6만8000원에 가격이 책정됐다. 그나마 가벼운 선물군에 속하는 가공식품 세트 가격도 5만원 이하로는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가공식품 가격이 뛰자 평소 명절마다 회사에서 받은 스팸을 지인들에게 나눴던 직장인 이 모(50)씨는 올해는 나누지 않고 직접 소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생고기보다도 비싼 음식을 무료로 나누기가 아깝게 느껴지더라”고 언급했다.
참기름, 들기름 등 식용유와 고기 선물세트도 10만원 이하로는 양이 적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는 소비자 반응도 나온다. 설 명절 친척집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한 주부는 “오랜만에 찾아뵙는데 질이 떨어지는 선물은 하기 민망하다”며 “돈 쓰고도 욕먹기 싫으니 차라리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할까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설을 앞두고 과일 등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설 명절 물가 안정을 주분했다. 정부는 ‘설 민생안정대책’을 통해 16개 설 성수품 평균 가격을 전년보다 낮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과·배 등 주요 인기 과일의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는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 100억원을 추가 투입키로 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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