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공매도방지시스템 구축안 공개
1차 기관투자자, 2차 금융당국서 차단
기관투자자별 자료 중앙시스템 가동
금융당국이 무차입 불법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밑그림을 내놨다. 기관투자자가 매도가능 잔고를 파악해 일차적으로 불법공매도를 차단하고, 걸러내지 못하면 금융당국의 중앙차단시스템(NSDS)으로 적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중검증 시스템 장착을 통해 불법공매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25일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과 함께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2차 열린 토론’을 열고 이같은 불법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안을 공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을 비롯해 유관기관 대표로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이인석 한국예탁결제원 상임이사, 박상묵 한국증권금융 금융디지털본부장이 토론에 참석했다. 전문가 패널로는 임계현 NH투자증권 PBS 본부장, 차문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부사장 등이 참여했다.
전산시스템 구축안에 따르면 일차적으로 기관투자자, 이차적으로 금융당국이 무차입 공매도 시도를 걸러내는 이중장치 형식이다. 우선 기관투자자는 매도가능 잔고를 전산화하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잔고변동을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잔고를 초과하는 공매도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트레이더들이 특정 종목에 매도 주문을 넣으면, 기관투자자의 자체 시스템으로 주문과 잔고를 비교한다. 주문이 잔고보다 많으면 매도주문이 이뤄지지만, 잔고가 주문보다 적을 경우 매도주문이 자동 거부되는 식이다.
공매도잔고가 발행량의 0.01% 또는 10억원 이상인 모든 기관투자자는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내계 78개사 및 외국계 21개사 등 총 97개사가 해당된다. 금융당국은 잔고관리 시스템이 갖춰야할 요건들을 기관투자자에게 배포해 각자 구축하도록 할 방침이다. 증권사는 정기적 점검을 실시해 시스템을 갖춘 기관투자자에게만 공매도 주문 수탁을 진행한다.
기관투자자가 불법공매도를 적발하지 못하더라도, 중앙시스템인 ‘NSDS’가 발동한다. NSDS는 모든 기관투자자의 잔고 및 변동내역과 매매거래 등을 총 집계하는 시스템이다. 기관투자자와 거래소가 제공하는 매도가능잔고, 장외거래내역, 장내거래내역이 모인다. 이를 토대로 기관투자자별 모든 종목별 매도주문을 주문 당시 매도가능 잔고와 상시로 비교대조해 다시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NSDS는 한국거래소에 구축된다.
금융당국은 NSDS를 통해 그간 적발이 어려웠던 정상 결제 무차입공매도가 적발될 것으로 기대한다. 가령 A가 보유하지 않은 B종목을 먼저 매도한 뒤 결제이행을 위해 B종목을 사후에 매입하더라도, 잔고정보를 기반으로 차입사실을 적발할 수 있다. 업틱룰 적용 회피 목적으로 공매도 주문을 일반 매도주문으로 표기한 경우도 걸러낼 수 있다. 업틱룰은 공매도에 따른 가격 하락 방지를 위해 직전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제도다. 가령 C가 공매도한 D종목을 일반 매도로 표기하더라도 잔고정보를 통해 적발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NSDS에서 적발된 사례를 토대로 기관투자자 자체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NSDS는 매일 거래소 장중 주문체결 내역 및 투자자의 장외거래 등 투자자 잔고 변동 내역을 별도로 집계한다. 이를 기관투자자 자체 시스템과 비교해 개선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향후 기관투자자 시스템으로만 적발 가능한 수준이 목표다.
금융당국은 이날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불법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을 구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다음달 중 홍콩에서 해외 투자의견(IB) 의견을 직접 듣는 등 공매도 주제 열린 토론도 이어간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