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BS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살아있는 ‘개그 정글’로 불린다. 그 안엔 치열한 경쟁이 있고, 엄격한 서열이 있다. ‘서열’이 있으니 당연히 장그래와 김 대리, 오 과장이 존재한다. 출근시간도 제각각이며, 수입도 천차만별이다.
지난 13일 방송된 KBS2 퀴즈 프로그램 ‘1대100’의 ‘직장인 특집’에 개그맨 박성광이 출연했다. 지난해 인기를 모으며 종영한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미생’으로 ‘직장인’ 소재가 공감 콘텐츠로 떠오른 때에, ‘1대100’은 사원, 대리, 과장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직장인 100인을 초대해 총 5000만원의 상금을 건 퀴즈쇼를 진행했다.
박성광은 이날 100인과 겨룰 1인으로 출연했다. 특히나 이 특집에 공감했다. 방송에서 박성광은 “KBS 개그맨들도 연차별로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다”며 “신입은 9시, 김준호, 박성호 같은 최고 연차는 2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올해로 (회사로 따지면) 과장급 정도”라며, 자신의 출근 시간은 ‘낮 12시 30분’이라고 밝혔다.
‘개그콘서트’는 방송연예인들의 무대가 되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독특한 구조를 지닌다. 지난 수년간 ‘개그콘서트’ 소속의 개그맨들은 공채로 선발된 이후 이 프로그램 안에서 철저한 트레이닝을 받았다.
KBS 공채 개그맨들은 선발 이후, 박성광의 이야기처럼 ‘KBS 연구동으로 출근’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입사 수습기간을 거치듯, KBS 신입 개그맨 역시 두 달의 연수기간을 거친 뒤 ‘개그콘서트’ 무대에 설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교육과정도 다양하다. 첫 2주간은 KBS 방송 시스템에 대한 교육과정을 밟는다. 아나운서국의 협조를 받아 바른말 사용 교육을 받고, 영상제작국(카메라팀)의 협조로 카메라 워킹 수업을 진행한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교육을 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출연자들이고, 스튜디오 코미디를 위주로 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하드웨어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익히게 한다.
개그맨으로 출발했으나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예능인 육성을 위해 KBS에선 버라이어티의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 참관과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개그맨들을 상대로 굳이 ‘KBS 버라이어티의 이해’라는 강의까지 진행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한 관계자는 “대본과 연기에 집중하는 직업인 개그맨들의 경우 ‘개콘’을 떠나 다른 방송에 출연하면 힘겨워한다”며 “한 가지에 충실하고 열정을 불태우기 때문에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때문에 신입 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실력을 키워 연차가 쌓인 이후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잘 동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과정이다.
신입 개그맨들이 두 달간의 교육을 마치면 KBS 개그맨 최저 등급에 해당하는 6등급의 출연료를 받을 자격을 갖게 된다. ‘개그콘서트’의 경우 6등급의 개그맨은 회당 68만 원의 출연료를 받는다. 여기에는 코너가 방영되지 않더라도 커튼콜 장면까지를 출연 기준으로 쳐 마지막 단체신에 얼굴을 비추는 경우도 회당 68만원을 받는다. 5주 기준으로 치면 330만원인 셈이다. 하지만 등급이 올라가는 일은 쉽지 않다. 코너에 대한 지속적인 기여도와 연예대상 수상 여부, 시청률 견인차 등의 심사를 거친 뒤에야 출연료가 인상된다. 이는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제로 결정된다. 신입 ‘장그래’가 아닌 오 과장 이상 직급의 개그맨들은 더 많은 월급을 가져간다.
회사 입장에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얼마일까. ‘개그콘서트’의 경우 회당 1억원이 채 되지 않는 제작비를 투입, 개그맨들에게 총 7500만원 정도의 출연료를 지급한다. 하지만 매출효과가 상당하다. 본방송 기준 회당 6억원, 재방송을 포함하면 무려 회당 30억원에 이르는 광고매출을 올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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