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ㆍ양대근ㆍ강승연 기자]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인질을 참수하면서 국제사회에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국제 테러범과 반체제 인사 등의 국내 입국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안을 추진해 주목된다.
2일 법무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순께 일본 나고야공항에서 출발해 국내로 들어오는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편 이용객의 범죄기록을 사전 조회해 탑승을 제한하는 ‘우범승객 사전탑승방지제도’를 시범 실시한다.
정부는 연내 관련법 개정을 통해 적용대상을 다른 국가와 항공편으로 전면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국제사회의 ‘IS와의 전쟁’에 따른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 승객에 대한 ‘사전탑승방지시스템’ 도입을 지난해부터 추진해 왔다.
이 시스템은 국내로 출발하는 공항에서 탑승권을 발권하기 72시간 전까지 예약된 승객 정보의 범죄 기록 등 데이터베이스(DB)를 항공사로부터 전송받아 우범승객 리스트와 대조한 뒤 탑승권 발권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우범승객에는 국제테러분자를 비롯해 인터폴 수배자, 국내에서 범죄에서 일으켰다가 추방된 사람 등 우범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이 모두 포함된다.
한국은 지난 2005년부터 ‘여행자정보사전확인시스템’(APIS)을 통해 위ㆍ변조여권 소지자 및 불법환승자 등 우범승객의 탑승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입국자의 성명ㆍ생년월일ㆍ여권번호ㆍ국적ㆍ출발지ㆍ도착지 등 6개 항목에 대해서만 제공돼 범죄 등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데 미흡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번 시범 실시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 출입국관리법 등 관련 법령 개정과 신규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우범승객 사전탑승방지제도가 전면 도입될 경우 한국은 미국ㆍ호주ㆍ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 실시 국가가 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 도입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내ㆍ외국인의 항공기 탑승을 막을 경우 자칫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 우범승객 사전탑승방지시스템 도입 왜?=정부가 ‘우범승객 사전탑승방지시스템’을 도입키로 한 것은 최근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한 파리 언론사 테러와 일본인 인질 참수 이후 세계 전역에서 고조되고 있는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불법 체류자와 마약 밀매자, 여권 위ㆍ변조자들의 국내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환경에서 이들이 국내 입국하는 것을 미리 봉쇄해 사회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공안정국이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최근 강제 출국조치된 신은미씨 사례처럼 정권에 비판적인 반체제 인사의 국내 입국을 사전에 제한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경우 인권단체 등의 반발도 예상된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우범승객은 “국제테러분자, 국내에서 범죄에서 일으켰다가 추방된 사람들 등 우범 가능성 있는 외국인이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최근 김 모군(18)이 IS에 가입하겠다며 터키로 떠난 사건은 지금까지 중동과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로만 여겨졌던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의 위협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했다. 게다가 테러조직들이 도난여권과 위ㆍ변조여권을 이용해 세계 곳곳에서 테러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여권 위ㆍ변조로 입국 거부된 외국인 수도 최근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 해 동안 국내에서 단속된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전년 대비 32.5% 급증해 최고치를 기록했고 비자발급요건이 완화되면서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수도 21만명에 육박, 2007년 이후 가장 많다.
정부가 시범적으로 실시하려는 이번 조치는 이런 대내외적인 안전 위협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선택한 ‘극약처방’으로 우범승객들을 걸러내기 위한 기존 제도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것이다.
항공사와 상대국 정부는 출발지 공항에서 탑승권 발권 전에 탑승 사흘 전까지 예약된 승객 정보를 전송받아 우범승객 리스트와 대조한 뒤 탑승권 발권 가능 여부를 정한다.
따라서 우범 승객 리스트에 포함되면 아예 비행기를 탈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2005년 10월부터 ‘여행자정보사전확인시스템’(APIS)을 통해 도착 전에 항공사로부터 탑승 항공기의 승객정보를 받아 위ㆍ변조여권 소지자 및 불법환승자 등 우범승객의 탑승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이 제도는 입수되는 항목이 입국자의 성명, 생년월일, 여권번호, 국적, 출발지, 도착지 등 6개에 불과해 효율적인 탑승자 정보분석과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는 “현재는 입국심사때 우범승객을 가려내는 데 비해 실시간으로 고객의 리스트를 전송해 사전에 탑승을 막는 것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항공사는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정부는 우범승객을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는데 드는 비용도 피할 수 있다.
또 선량한 입국자들은 입국심사대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이점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승객들 입장에서 위험 인물과 같이 비행기 타는 걸 막을 수 있고, 항공사 입장에서도 사전에 미리 얘기를 해주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상당히 효율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자 등 체제 비판자까지 우범 승객에 포함될 경우 규제가 악용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이인의 김경진 변호사는 “국민의 안전과 영토 수호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까지 우범승객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는 인권탄압 요소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결의 박상융 변호사는 “우범승객 리스트에 잘못 포함된 오류에 대해 승객이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우범승객 사전탑승방지제, 다른 나라는 어떻게 운영하나=해외에서는 미국, 호주, 대만 등의 국가가 우범승객(High-risk travelers) 사전탑승방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항공권 발권 전 입국 희망자들의 개인정보 제출을 의무화하고 테러조직 가입 이력이나 비윤리적 범죄 전과 등을 철저히 따져 우범 승객을 걸러내고 있다.
1989년 도입된 ‘승객정보 사전확인 시스템’(APIS)이 시초로, 승객들의 이름ㆍ생일ㆍ성별ㆍ국정ㆍ여권 등의 정보를 입국 전에 제출하도록 했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의무화됐으며, 항공교통 보안법(2001년), 국경보안 강화 및 비자 개혁법(2002년), 정보 개혁 및 테러방지법(2004년) 등을 순차적으로 마련함으로써 우범승객에 대한 심사제도를 대폭 강화했다.
그 가운데 핵심은 ‘입국 자문 프로그램’(IAPㆍImmigration Advisory Program)이다. 미국행 항공기 출발국 공항에 배치된 세관ㆍ국경보호국(CBP) 인력이 해당국의 보안당국과 함께 탑승객들의 개인정보와 예약정보를 살펴보고 우범승객의 탑승을 제한하는 제도다. 심사관이 위험인물로 판단되는 탑승객들의 항공권 발권을 중단해달라고 해당 국가와 항공사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입국 허가 기준은 크게 ▷안보 ▷범죄 ▷보건 ▷불법입국(과거 추방 경험자 포함) ▷기타로 나뉜다.
우선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테러조직 가입자가 주요 대상이며, 테러조직에 가입한 이력이 있거나 전ㆍ현직 테러리스트의 가족들은 입국이 불가능하다.
의료나 밀매ㆍ성노예 공급 등 어떤 형태로라도 테러조직에 도움을 줬다면 문제가 된다.
미국의 군사ㆍ산업기밀을 유출하려는 스파이나 공산당 같은 독재정당 가입자도 발권이 제한될 수 있다.
중범죄 전과자도 입국 불허 대상이다. CBP는 살인, 성폭행, 사기, 강도, 화폐 위조, 뇌물 및 탈세 등 입국 불가능한 범죄 유형에 대해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매춘부나 성매매 알선 전과자 역시 사전 입국 심사 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다.
또 폐결핵, 한센병, 매독, 임질 등 확산 속도가 빠른 1급 전염병 환자나 백신 투약 거부자는 입국이나 비자 발급이 불허된다.
지난해 국제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발병국 승객들은 5개 공항으로만 입국시켜 심사를 강화한 바 있다.
그밖에 국제 아동유괴범이나 조세회피를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도 입국이 제한된다.
다만 단순 정보 오류로 입국이 거부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의 신청 절차를 두고 있다.
부당하게 입국이 거부됐다고 생각하는 승객은 미국 국토안보부(DHS)에 정보 재확인과 정정을 요청하면 된다.
호주도 입국하는 모든 항공기 탑승객을 대상으로 ‘사전입국허가’(APP) 제도를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항공사가 탑승 수속 시 승객의 개인정보를 호주 이민부(DIAC)에 제출해 입국허가를 받은 승객만 탑승할 수 있다. 미국처럼 테러나 중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우범 승객을 걸러내기 위해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시행되려면 심사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전염병이나 테러조직 가입자처럼 입국을 허용해선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법적 기준을 신중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국회에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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