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연에게 ‘오로라공주’란?” “탄산수!”
“물인 줄 알고 덥석 마셨다가 목에 턱 하고 걸리는 톡 쏘는 맛에 놀랐죠. 그 짜릿한 탄산에 매료됐고요.”
참 얄미웠다. 밉진 않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로라공주(MBC)’를 통해 7개월을 보낸 정주연(24)이다. 드라마에선 ‘캐릭터 널뛰기’였다. 기자로 출발해 배우로 이직했고, 황마마(오창석)를 좋아하다 설설희(서하준)로 갈아탔다. ‘까르르’ 웃는다.
“사실 무슨 역할인지도 모르고 캐스팅 됐어요. 제목만 알았죠. 홈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지적이고 도도했던 기자였다가 배우로 급격한 변신을 했어요. 드라마 한 편에서 멜로도 하고, 청순녀와 악녀 사이도 오갔어요. 이렇게 다양한 성격을 연기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예측불허 캐릭터를 연기했던지라 7개월 간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도전’이었다. 데뷔로 치면 에픽하이의 뮤직비디오(‘따라해’ㆍ2009)가 시작이라지만, 드라마는 ‘폭풍의 연인’에 이어 고작 두 번째였다. 일 년 전 이맘 때 ‘오로라공주’의 오디션을 봤다. “모든 소속사의 신인여배우는 다 모인 것 같다”는 정주연의 얘기처럼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치열한 경쟁률 뚫고 나온 ‘신인 등용문’이었다. 자신은 없었다고 했다. “현장에 가보니 기에 눌려 합격은 힘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마음을 비웠다. “될 수 있겠냐 싶은 마음에 오디션에선 웃다가 나왔다”고 한다. 그 모습이 ‘오로라공주’의 ‘이라이자’를 만들었다. 3차 오디션을 본 뒤 현장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이례적인 케이스가 정주연이었다.
본격적인 드라마 시작 전까지 임성한 작가와 정주연을 비롯한 전소민 오창석 서하준 백옥담 등 5명의 주연급 신예들은 5개월간 특훈을 거쳤다. 임 작가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대본 리딩을 했고, 배우들끼리 친해지기 위해 식사자리와 티타임도 수시로 가졌다. 임 작가의 요구였다. 배우가 되기까지 각고의 노력은 기울였겠지만 검증 안된 신예들을 캐스팅하다 보니 작가의 수업도 철저했다. “말꼬리를 늘리거나 툭툭 자르는 요즘 애들의 대화방식”을 주로 지적했다고 한다. “눈을 깜빡거리는 습관”도 5명의 신예들에겐 금기였다.
“드라마 초반엔 작가님과 감독님이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어요. 5명이 똑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조금 느린 배우에게 지적도 많이 하셨고요. 매순간이 오디션 같고 힘들었죠.”
현장에선 배우들 모두 공들여 촬영하고, 드라마 안으로만 올인했기에 매일같이 끊이지 않았던 ‘오로라공주’를 둘러싼 잡음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정주연은 드라마 속 엄마 임예진의 죽음마저 대본으로 알게 됐다. 하지만 확고했다. “배우가 이해하지 못하면 시청자들은 더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때문에 촬영 중엔 “개연성을 찾으며 연기하려 했다”고 한다. 촬영장을 벗어나야 시끄러운 논란을 이해해볼 여유도 가졌다.
긴 시간을 보내니 정주연에겐 ‘오로라공주’와의 만남이 소중하다. 작품 논란은 따라왔을지언정 신인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은 없었다. 그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린 정주연도 지난 일 년 사이 자신의 성장을 만났다. 안양예고 입시를 위해 “연기를 글로 배웠다”는 중학교 시절부터 건국대 연영과에 재학 중인 지금까지 배우로서 가지지 못했던 자신감도 갖게 됐다. 흐릿했던 목표도 생겼다.
“지금의 관심이 끊이지 않도록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지현 선배처럼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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