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62회> 감추어진 승부 86

“이봐요, 박박진진! 어서 짐 꾸려요. 튑시다.”

“튀자고요? 어째서? 어디로?”

“나도 몰라. 일단 여기서 나가자고요. 서둘러요.”

꾀병이었던가? 옆방에서 아침부터 섹스스포츠를 즐기던 자가 제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신희영은 오뚜기처럼 발딱 일어나 다그쳤다. 박박진진은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원래 고산증세란 잠시 동안 안정을 취하면 씻은 듯 사라지는 증세라 믿고 있었던 그는, 곧 베풀어주어야 할 ‘육보시’를 염려하고 있었다. 밤새워 비행기를 타고 온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신희영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란 부담감이 의외로 컸던 것이다.

“여독을 풀기 위해 이 호텔에 투숙한 게 아니었나요?”

“여독이고 나발이고… 빨리 짐이나 챙겨요. 난 잠시 옆방 좀 정탐하고 올 테니까 그동안에 빠진 것 하나 없이 가방에 쓸어 담으라고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옆방은 지금 한창 뜨겁게 달아올라 있을 텐데?”

“그러니까 정신 없을 거 아녜요? 그때 살짝 엿본다는 거지.”

“들키면 경치려고요? 문도 걸어 잠갔을 거 아니에요?”

그러나 신희영은 두말없이 룸을 빠져나갔다. 눈썰미 밝은 그녀는 룸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호텔 객실의 허술한 구조를 살펴두었던 것이다. 객실 문마다 위쪽으로 회전식 작은 쪽창이 붙어 있었는데, 환기 때문인지 모든 방마다 그 회전식 쪽창이 비스듬히 열려 있었던 것을 그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병원에 있어야 할 녀석이 어쩌자고 호텔방에서 희희낙락하고 있을까?’

마침 방문 옆에는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었는데, 그 소화기를 밟고 올라서면 능히 쪽창을 통해 옆방 안을 들여다보기에 충분했다. 더 이상 무얼 망설일까? 신희영은 조심스럽게 소화기를 방문 앞으로 끌어놓은 채 그 위를 밟고 가뿐히 올라섰다.

회전식 쪽창. 이를테면 쪽창 가운데 부분에 대못을 질러놓아 슬쩍 밀기만 하면 빙글빙글 돌게 만들어진 그 쪽창을 여니 옆방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고도 남았다. 라싸 시내에서는 제일 좋은 호텔이라고 여행책자에 소개되어 있었지만 룸 구조는 너무도 단순했다. 이를테면 단순하게 정방형으로 꾸며진 원룸 형태일 따름이었다.

‘아이고, 저것들이… 이른 아침부터!’

옆방 안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젊은 여자…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한국 사람임에 분명한 그 여자는 침대에 누워 두 다리를 번쩍 들고 있었는데, 얼마나 흥분한 상태였는지 목을 좌우로 도리뱅뱅이질 치며 열 손가락으로는 애꿎은 침대보를 쥐어짜는 중이었다. 물론 아으, 아으~ 하는 교성이 회전식 쪽창을 타고 밖으로까지 새어나오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남자 녀석은? 희한하게도 침대 모서리에 바짝 붙어 서서 그 젊은 여자의 두 다리를 어깨위로 걸머지고 있던 중이었다. 물론 그 녀석은 뒷모습을 신희영 쪽으로 향하고 있었으므로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널찍한 어깨와 곧게 패인 등뼈자국으로 인해 젊고 튼실한 녀석일 것이란 판단이 들 따름이었다.

‘어이고, 저 녀석 볼기 좀 봐.’

그 녀석은 도톰하게 살이 붙은 볼기가 특히 탐스러웠는데… 어디서 알몸으로 썬탠을 했는지 알맞게 갈색으로 탄 볼기가 마치 초원을 달리는 말의 엉덩이처럼 탄력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러니 그 모습을 훔쳐보는 신희영의 입에 침이 잔뜩 고일 수밖에. 그뿐인가? 사지에 힘이 바짝 들어가더니… 그만 헛발질을 했는지 딛고 있던 소화기가 흔들흔들!

“어, 어… 어이쿠!”

마침 방 안에서 젊은 여자가 ‘호성 씨! 아으~ 호성 씨!’를 연발하던 중에 그만 소화기가 뒤집어지며 소화기 분출구에서 흰 거품이 와글와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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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