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30년 明暗> 경평에 목매는 공공기관

70곳중 67곳 경평대비 조직 운영 3곳중 1곳은 “편법 유혹 느꼈다”

‘비계량지표’는 주관적 평가 평가위원 성향따라 등급 좌우 본업 뒷전…대부분 경평에 목매

A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는 취임 초기 ‘경영평가(경평)위원과 상견례 자리를 마련하라’고 경평 담당자에게 지시했다. 담당자는 그러나 꼭 그럴 필요가 없다며 CEO를 만류했다. 그 해 이 기관은 경평에서 하위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CEO는 담당자를 불러 “다른 공공기관은 (경평위원을) 만나 밥도 먹고 지원도 한다는데 왜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느냐”며 호되게 질책했다. 담당자는 지방으로 발령났고,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다음해 이 기관은 B등급을, CEO가 퇴임하는 해 A등급을 받았다.

대부분 공공기관이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경평에 대비하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경평위원을 상대로 네트워크를구축하면서 알게 모르게 로비를 벌이고 있다.

16일 헤럴드경제가 지난해 경평에서 기관평가를 받은 111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평제도 의식조사’에 따르면 70개 기관 중 3곳을 제외한 67개 공공기관이 경평에 대비한 조직을 갖추고 있다. 형태를 보면 ▷상시운영 전담조직 32곳 ▷TF 등 한시운영 조직11곳 ▷기존 조직이 경평대비 업무 병행 23곳 ▷기타 1곳이다.

특히 70개 기관 중 23곳(32.9%)은 평가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편법을 썼거나 편법을 쓰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고 답했다. 3곳 중 1곳이다. 공공기관이 경평에 목매고 있는 것이다.

B준정부기관 경평 관계자는 “기관이‘ 경평을 준비한다’고 말하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면서“ 평가위원의 성향을 분석하고,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등 준비를 얼마나 철저하게 하느냐가 평가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기관이 이런 준비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비계량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다. 경평은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로 나눠 실시되는데, 경평 담당자는“ 계량지표는 변별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비계량지표. 이 비계량지표가 공공기관의 등급을 좌우하는 셈이다.

김재신 기획재정부 평가분석과장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공공기관이 합법적으로 경평위원에게 어필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면서“ 다만 법을 어기면서 로비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경평위원 선정기준은 까다롭다. 경평위원은 1년 임기 동안 피평가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받거나 강의 등을 할 수 없다. 또 피평가기관의 사외이사 등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는 인사도 배제된다. 기재부는 아직까지 경평위원에게 로비를 하다 적발된 공공기관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C기관 경평담당 팀장은“ 경평위원에게 강연을 부탁하고 강연비를 주기도한다. 연구용역을 맡겨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경평위원이 직접 해당 기관의 연구용역을 받는 게 아니라 다른 기관을 담당하는 경평위원에게 소개해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경평 담당자는 “일부 경평위원은 경평 자료를 들고 와서‘ 이 정도면 외부에 컨설팅을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평위원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경평위원을 재선임할 때 비공식적으로 이런 부분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D기관 경평 담당자는 “평가점수가 소수점까지 나오는데, 미세한 차로 등급이 갈린다. 때문에 유능한 직원이 경평 준비에 매달린다”면서 “다른 일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대국민서비스라는 본업에 투입할 전력이 평가에 허비되고 있다”고 했다.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