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쟁 그후…美 정치권 승패의 명암

치욕적 패배…28% 지지율 22년來 최저 당내 “전술상 오류” 전략 수정 가능성 오바마는 재부팅 기회…국정아젠다 탄력

미국 공화당이 셧다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예산전쟁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뒤 내부 분열 조짐마저 감지되는 가운데 향후 투쟁노선을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승자는 없다”고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자신의 국정아젠다를 밀어부치는 등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

▶공화당, 내부 분열?=오바마케어 철폐를 위해 셧다운을 걸고 투쟁했던 공화당은 잃기만 했을 뿐 얻은 것이 없었다. 오바마케어 저지라는 당초 목표에 근접하지도 못한 채 오바마의 의도대로 내년 예산안과 국가부채상한 증액을 통과시켜줬고, 이 기간 동안 지지율은 22년 만에 최저치인 28%대로 떨어졌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내표는 17일(현지시간)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셧다운을 감행한 것은 전술상 오류였다”며 “공화당 의원들 다수가 오바마케어를 분리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해 새로운 대응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화당이 가장 크게 잃은 것은 내부 분열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보수성향의 신문 워싱터포스트(WP)는 “오바마는 승리했고, 그의 적(敵)은 나쁜 방향으로 쪼개졌다”며 “지난 표결에서 많은 공화당원들이 정부 재개를 반대하는 등 공화당은 내부에서 ‘그들만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분열이 향후 대(對) 오바마 투쟁에서 공화당의 전투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재부팅’ 가능할까=미국 주요 언론들은 오바마가 임기도중에 ‘재부팅’을 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얻었다며, 이번 승리를 제대로만 이용한다면 첫 번째 임기부터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일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재가동 첫날 백악관 연설에서 “국가 디폴트 위기를 피하고 정부의 문을 다시 연 협력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예산과 이민개혁, 농업법 등 3가지 핵심 과제를 매듭짓자”고 강공을 펼쳤다.

그러나 아직 오바마 대통령의 완전한 승리를 점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산전쟁도 잠시 기한이 미뤄졌을 뿐 3개월 뒤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특히 시기적으로 중간선거와 겹치면서 더욱 치열한 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에 미국의 내홍은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공화당의 패배가 반드시 오바마에 호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대선패배 후 분열양상을 되풀이 해 온 공화당이 이번 협상을 거치면서 결속력을 높이는 계기를 찾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