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톱스타’ 메가폰 잡은 박중훈
너무많은 행복·넘치는 복받아… 40대 후반 인생, 덤이라 생각
“정상 섰다가도 바닥추락 연예계 영화소재로 이만한게 없겠다” 카메라 뒤편 앉으며 행복 되찾아
“마흔여덟 살밖에 안 된 사람이 얘기하긴 민망하지만, 제 인생이 덤이라고 생각한 지가 몇 년 됐습니다. 너무나 많은 행운을 가졌고, 세상으로부터 받은 복이 넘치죠. 마흔 언저리부터는 이대로 제 영화인생이 끝난다고 해도 누굴 원망하면 벌 받을 것으로 생각해왔습니다. 그 정도로 세상에 고맙습니다. 그런데 지난 20ㆍ30대의 저를 돌아보면 저 자신만, 오로지 저 자신의 성취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세상에 내놓는 저에 대한 성찰입니다.”
28년 연기인생 동안 40편의 작품에 자신의 젊음과 야심, 나이 듦을 꼬박 새겨오며 톱스타로 주목받았던 배우가 무슨 할 말이 더 있어 카메라 앞을 떠나 뒤편의 ‘디렉터스 체어’에 앉게 됐을까? 감독 데뷔작 ‘톱스타’(24일 개봉)를 내놓은 박중훈은 개봉 전 가진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먹먹해 왔다”면서 “이 얘기를 안 하면 못 살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크고, 나이는 마흔이 넘어가면서부터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 오는 겁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20ㆍ30대의 제 인생에 대한 회한이었습니다. 오로지 저 자신의 성취만을 살아온 인생이 부끄러워졌습니다. 2년여 전부터는 ‘배우로서 내가 과거를 답습하며 습관적으로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그런데 저도 이제는 시장에서 에이(A)급 기획을 만나서 배우로서 거듭날 수 있는 확률은 낮아졌으니 감독하라는 이야기구나라는 깨달음이 왔어요.”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박중훈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박중훈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분야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연예계는 명암과 흥망의 교차가 그 어느 분야보다 빠르고 극적이다. 어제, 오늘, 내일 중에 누군가는 처절한 밑바닥에서 바벨탑의 꼭대기로 솟기도 하고, 정상에 섰던 스타가 모래성처럼 무너지기도 하는 곳이니 영화적 소재로도 이만한 게 없겠다 싶었다. ‘톱스타’는 배우를 꿈꾸던 매니저(엄태웅 분)가 우연한 기회에 작품 출연 기회를 얻어 벼락같이 스타덤에 오르고, 최고의 순간에 허망하게 고꾸라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80년대 중반 데뷔해 청춘스타와 정상의 흥행파워를 거쳐 어느덧 중견 배우로서 성찰의 시기를 맞은 박중훈의 사유와 욕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장르와 드라마, 영화서사에 대한 고전적이며 대중적인 감각이 작품 전반에 무게와 균형을 잡고 있으며, 중심을 잃지 않고 감정의 흐름을 만들어간다.
박중훈 감독은 “럭비는 신사들의 야만적인 스포츠이고, 축구는 야만인들의 신사적인 스포츠”라는 말을 빌려 “과거 우리 연예계는 주먹구구식(야만적)이었지만 훨씬 인간적이었던, 야만의 얼굴을 한 신사적인 분야였던 반면, 지금은 훨씬 신사적이고 선진화된 얼굴을 갖고 있지만, 그 뒤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더욱 야만적”이라고 말했다. ‘톱스타’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시절에 톱스타 배우로 주목받았던 박중훈이 보는 오늘의 연예계에 대한 비감이 반영됐다.
그는 스타를 향한 욕망을 성공에 대한 보편적인 서사로 담아내면서 과연 행복의 의미는 무엇일까 묻는다. “영화는 감독 ‘꼬라지’대로 나온다고 한다”는 박중훈의 말처럼 ‘톱스타’는 어쩔 수 없이 박중훈을 닮아 있다. ‘잘나가는 스타’가 아니라 ‘멋진 인생’을 지향하는 균형감각, 성공을 뒤쫓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태도 말이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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