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시나리오 전개방식 채용한 싱글 플레이 압권 … 강화된 물리엔진 및 현실성에 호불호 갈려
오프닝부터 남다르다. 아니 오프닝이야 예전부터 쭉 그랬다 치더라도 튜토리얼부터 남다르다. 아예 시작부터 클라이막스다. 초장부터 대놓고 은행을 턴다. 게임은 동료들과 함께 은행 내부에서. 얼떨떨한 기분을 감추고 옆의 동료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한다. 총을 들어 인질을 겨냥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이미 설치한 폭탄을 터트린다.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금고가 열리고 달러가 쏟아진다. 냄새를 맡고 몰려든 경찰들과 시원하게 총격전을 한판 벌인 다음 삐까 번쩍한 차를 타고 달아난다. 게임의 오프닝이자 튜토리얼인 이 장면이 시작된 다음 게임은 마치 갱스터 무비 영화와 같은 방식으로 스태프를 소개하고 시나리오를 설명한다. 아예 처음부터 작정이라도 한 듯 시원하게 후려치고 갈기고 밟고 때리고 달린다. 막장 게임의 대명사, 그리고 이제는 폭력성이나 선정성의 고삐마저 풀린 채 미쳐 날뛰는 게임 그랜드 셰프트 오토5(이하 GTA5)이야기다.
지난 2009년 GTA4가 발매되자마자 세계 게임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게임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GTA4는 아직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타이틀로 손꼽히면서, 지금까지 유명 인터넷 BJ들의 방송이나 유저들의 게임 커뮤니티에 회자되는 타이틀이다. 특히 수많은 다운로드 콘텐츠와 팬들 사이에서 개발되고 있는 유저 콘텐츠들은 이 게임의 수명을 지금까지도 연장하는데 크게 한몫하고 있다. 4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은 점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전작의 수명이 채 다하기도 전에 '벌써' GTA5가 등장했다. 판매 3일만에 1조원이 넘는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아직 PC판은 발매되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반면 GTA시리즈의 판매 기록 경쟁자들의 행보는 GTA와 상반된다. '콜 오브 듀티'시리즈나 '심즈'시리즈는 게임성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면서 추락, 이제는 '그냥 또 나오는 타이틀'쯤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연출에 주력한 후속작 사실 'GTA'의 게임성은 2에서 대부분 확립됐고 3에서 본격적인 3D그래픽 체제로 전환, 거듭 발전을 이어왔다. 시리즈 4탄에서는 보다 넓은 지역을 소재로 하고 그래픽 콘텐츠를 다수 추가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5번째 작품에서는 그래픽 스타일이나 기본 플롯은 유지한 채 전체 맵의 규모를 더 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적인 연출을 강조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시나리오 진행 과정에서 유저의 선택에 따라 시나리오가 변화하는 최근 트렌드를 그대로 채용, 완성도가 높은 싱글 플레이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전작들의 싱글 플레이가 유저들의 자유도에 집중해 클리어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몰입감까지 잡으면서 싱글플레이의 완성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특히 주인공 캐릭터 외에 총 2명의 동료를 추가로 등장시켜, 총 3개 캐릭터를 동원해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예를들어 주인공이 총을 들고 난입하는 사이 다른 캐릭터는 폭탄을 설치하고, 또 다른 캐릭터는 차량을 탈취해 탈출을 준비하는 식으로 협동 미션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유저가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미션을 클리어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냈다.
자유도의 정점 보여줘시리즈의 가장 핵심인 자유도는 이번 작품에 와서 한단계 더 발전했다. 이미 GTA3에서 확립된 자유도의 틀에 좀 더 방대한 콘텐츠를 덧붙이면서 진정한 '자유도'의 무게가 느껴지도록 변경됐다. 시리즈 3에서는 그저 오토바이를 타고 총을 뺏어 경찰과 승부를 벌이는 식이었다면, 4에서는 평판을 관리하고 세력 전투를 펼쳐야 했고, 5에 와서는 아예 행동 자체에 의미가 부여돼 퀘스트가 열리는 식으로 변경됐다.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을 파악하고, 유저들이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던 간에 일종의 '목표'를 줄 수 있도록 변화했다. 지난 시리즈가 '상상력'에서 기반된 '자유'였다면, 이번에는 유저들의 상상력을 게임에 반영, 그 결과값까지도 도출할 수 있는 '자유도'가 핵심포인트다. 그간 쌓아 놓은 게임 개발 툴과 개발비, 그리고 고급 인력들이 내놓은 상상력의 결과물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준다.
리얼리티에서 호불호 갈려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바로 '물리 엔진'의 적용이다. 지난 시리즈가 과장된 액션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시리즈에서부터는 사실적인 액션으로 탈바꿈했다. 예를들어 지난 시리즈에서 폭탄을 등에 메고 오토바이를 달려 장애물을 뛰어 넘으면 지상 수십 미터까지 오토바이가 뛰어오르고 운전자는 수백 바퀴 회전한 다음 바닥에 꽂힌다면, 이번 시리즈에서는 고작 몇 미터 치솟은 다음 바닥에 떨어지는 식이다. 차를 운전할 때도 중압감이 더 드는데, 차량의 속도를 올리기가 쉽지 않고 핸들을 틀어도 차량의 반응이 늦다. 이런 방식으로 물리 엔진을 도입해 보다 현실적인 게임으로 시리즈를 가져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여기에 전작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현실적인 반응'과 '정상적인 가치 판단'을 하는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게임 자체가 비교적 무겁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전작이 쉽고 빠르게 즐기고 원치 않을 때는 리셋 버튼을 누른 다음 새로 시작하는 게임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쉽게 리셋 버튼을 누를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GTA5 온라인에 기대 비단 싱글 플레이뿐만 아니라 멀티플레이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 났다. 전작들의 멀티 플레이가 1회성이었다면 이번에는 아예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캐릭터를 강화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마치 MORPG를 연상시키는 듯, 미션을 클리어 하고 보상을 얻어 캐릭터의 삶을 개선해 나간다. 싸구려 차를 타다가 오픈카를 타고, 단칸방 홈리스 신세에서 고급 저택에서 살 수 있도록 모든 시스템이 안배돼 있다.
물론 전작 멀티 플레이처럼 '정신나간 게임 플레이'도 가능한데 이번에는 잘 모르는 사람끼리 함께 뭉쳐서 '정신 나간'일을 할 수 있는 점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게임 상에서 황당한 일을 할 수록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가 올라가므로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GTA스러움의 아쉬움GTA5는 전작들이 해왔던 변화에 비해서는 '혁명'수준의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무리한 발전을 꾀하기 보다는, 타 게임들의 인기 요소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녹여내면서 콘텐츠를 강화하는 형태를 택했다. 분명 '재미'만큼은 분명 전작에 비해서 확연히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GTA가 가졌던 특유의 독창성은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입이 딱 벌어지는 스케일로 비행기를 '하이재킹'하고, 전 세계 마피아들과 세력전을 펼치고, 나아가 마피아 세력으로 세계를 정복하는 형태의 공상이 오히려 'GTA'스러운 콘텐츠가 아닐까. 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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