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귀화…음식점 운영 고정섭씨 취객들 말리고 청소년들 타이르고… 외국인자율방범대 만들어 치안봉사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서울 광진구 자양4동 중국인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고정섭(47) 씨는 순찰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3년 전 귀화한 고 씨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중국인거리 곳곳을 누비며 시비가 붙은 취객, 밤늦은 시간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 청소년들을 귀가시키느라 바쁘다.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지체없이 112에 신고전화를 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지난해 9월, 고 씨는 이 지역 상인들로 구성된 ‘외국인 자율방범대’를 만들고 방범대장을 맡으면서 중국인거리 범죄 예방에 앞장섰다. 그는 “이곳은 음식점이 많다 보니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사람, 시비로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지역 상인들이 직접 치안활동에 나서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광진구는 관내 체류 외국인 1만4000여명 중 중국동포가 1만2000여명에 이르는 지역이다. 광진구 전체 외국인의 85.2%를 중국 동포가 차지하고 있고 특히 자양4동에만 3500명이 거주하고 있다. 19명의 외국인 자율방범대원 역시 이 지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중국인 또는 중국 출신 귀화자가 대부분이다.
고 씨도 1998년에 한국에 와서 지난 2010년 귀화를 했다. 광진구에 터를 잡고 음식점을 시작한 지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는 “한국인 아내를 만나고 귀화를 하면서 지금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동네가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치안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범죄 없는 동네’를 만들고 싶은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자율방범대 대원 중 한 명인 김경식(48) 씨도 마찬가지다. 김 씨는 “중국 식품점을 운영하고 있어 오후 10시면 한창 장사로 바쁜 시간이지만 앞으로도 방범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면서 풀뿌리 치안의 긍지를 나타냈다.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은 이 같은 뜻을 모아 지난 8월 자율방범초소도 마련했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순찰복도 해입는 등 자율방범대원으로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들은 “여름철이면 특히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일일이 깨워 귀가시키고 청소년들을 타일러 집으로 들여보낼 때 동네 파수꾼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람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황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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