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아버지는 아직 제가 무슨 일을 하는 지 모르세요. 어머니께만 말씀 드렸는데, 밤에 몰래 눈물을 훔치시더군요.”

서울 홍익대학교 앞 문신시술업소에서 일하는 7년 경력의 타투이스트 정창현(가명ㆍ33) 씨는 문신에 대한 편견 탓에 입은 상처를 담담히 고백했다. 정 씨는 “법제화를 통해 이젠 어엿한 직업인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어엿한 직업이지만 차마 직업이라 밝히지 못하는 직업이 있다. 타투이스트(문신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문신은 현행법상 의료 행위로 분류돼 의사가 아닌 이가 시술하면 불법이다. 그러나 미적 감각을 갖춘, 문신을 시술하는 의료인은 극히 드물다. 법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문신사들은 음지로 숨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 28일 저녁 기자가 찾아간 홍익대학교 앞 거리엔 크고 작은 문신시술업소 100~200개가 몰려있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그 수를 500여개로 어림잡기도 했다. ‘불법의 그늘’이 드리운 듯 보이지만 기자가 찾아간 문신시술업소는 잘 꾸며진 카페처럼 아늑했다.

상담을 받던 대학생 조현근(가명ㆍ20) 씨는 “사회적 편견도 많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당한 자기 표현인데, 그 정도는 감내해야죠.” 이번에 처음 문신을 새기는 조 씨는 “평생 몸에 간직해야하는 만큼 문양과 시술 부위를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홍익대학교 앞에 자리한 한 문신시술소의 상담 대기실.
서울 홍익대학교 앞에 자리한 한 문신시술소의 상담 대기실.

한편 시술실에선 대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자신을 수영코치라고 밝힌 이중선(가명ㆍ26) 씨는 양팔 손목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용 문신 새기고 있었다. 이미 8차례에 걸쳐 시술을 받았으며 현재 도안의 80%가 완성된 상태. 그는 “왜 문신을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냥요, 패션이니까”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 씨는 하지만 “문신을 새긴 후에 감추고 다니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할 바에 안 하느니만 못하단 이야기다.

문신사들은 과거 ‘조폭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문신이 대중화돼가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남성과 여성 고객의 비율은 6대 4 정도로 작은 패션 타투나 의미 있는 문구(레터링)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

이태원에서 문신시술소를 운영하는 월하(예명ㆍ30ㆍ여) 씨는 호주와 태국으로 1년 반 동안 타투 유학을 다녀왔다. “호주의 경우 3개월에 한번 보건당국이 정기검사를 해요. 독립된 멸균공간을 갖춰야 하고 멸균기 검사도 하고 충족조건이 까다롭죠. 하지만 위생법만 잘 지켜지면 문제 될 리 없어요.”

문제는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일부 문신사들의 시술로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 이에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문신사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깐깐하게 자질을 심사하고 위생상태를 점검한다면 음성화로 인한 문제점이 해결될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또 다른 문신사 주영(예명ㆍ30ㆍ여) 씨는 “문신은 그리다 실패하면 도화지처럼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 없는 청소년들이 조악한 문신을 새기고 후회하는 것을 보면 가슴 아프다”고 그는 덧붙였다. 철저한 실력 검증과 함께 미성년자 문신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신 합법화와 관련한 입법 움직임은 여전히 더디다. 의사협회 등 관련 이익단체의 반대도 완강하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은 문신시술 양성화를 위해 2007년부터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을 매년 발의하고 있지만 매번 국회를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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