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요 ‘나이트 스튜디오’展 아트선재센터서

흔들리는 마루 ‘무빙플로어’ 등 ‘곧 사라질 것들’에 대한 성찰

이 작가는 하필이면 밤낮없이 소음이 이어지는 서울 이태원에 작업실 겸 주거공간을 마련했다. 20여년간 세계 곳곳의 레지던시(작가들을 위한 거주용 창작공간)를 오가던 작가 이주요에겐 한밤에도 왁자지껄한 다툼이 벌어지고, 생선장수의 억척스런 외침이 귓전을 때리는 이태원 시장통이 더욱 첨예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연이었지만, 필연이기도 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동 중인 이주요가 종로구 율곡로3길(소격동)의 아트선재센터에서 대규모 개인전 ‘나이트 스튜디오(Night Studio)’를 내년 1월 12일까지 연다.

작가는 새 거주지인 이태원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밤잠을 못 이루었는데 이번 작업에는 그 같은 내면적, 환경적 요소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위해 기다란 나무막대와 고무로 타자기를 직접 만들었다. 그의 엉뚱한 핸드메이드 타자기들은 작품마다 작동법이 다르다. 그리곤 전시장 벽면에 끝없이 결과물을 찍는다.

오래된 주택의 나무마루를 뜯어내 이를 다시 이어붙인 설치작업 ‘무빙 플로어’<사진>도 작가가 낯선 곳에서 겪은 불안감을 보여준다. 관객은 조금씩 흔들리는 마루 작품 위를 걸으며, 잠시나마 이주요의 경험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나무바닥 밑에는 작은 바퀴들이 달려,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흔들린다.

이주요의 작업은 이처럼 일상의 온갖 낡은 재료를 활용해 이뤄진다. 버려진 철근, 문짝, 선풍기를 수거해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 그의 작업은 또 ‘발명’ 수준이다.

네덜란드의 반아베미술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디렉터와 전시를 공동기획한 김선정 사무소 디렉터는 “작가의 사적 공간에서 진행했던 작업이 전시장이라는 공적 공간에 들어와 어떻게 그 경계를 흔들고 변모되는지, 그 과정에 주목하며 감상하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