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부산)=고승희 기자] “와…대박. 국가대표급”, “저거 하면 무조건 기립박수야”, “귀여워”, “애기 맞나?”

발그레한 볼터치에 콧물자국, 건장한 네 남자는 나이에 맞지 않는 영아복을 입고 무대로 등장했다. 아기들의 눈에 띈 장난감 상자 하나. 그 곳엔 어른들이 만든 세상의 물건들이 가득 차있다. 엉뚱한 네 아기가 그 물건을 가지고 논다. 이 아기들은 세상의 진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재해석을 한다. 아기들이기에 말은 못한다. 아마도 생후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쯤. 대신 행동으로 표정으로 모든 걸 보여준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페인트 붓, 고무장갑, 변기커버, 풍선, 마네킹, 마이크, 코카콜라. 네 아기의 손을 거치면 뭐든지 기상천외한 물건이 된다. 저글링부터 마임, 그림자 연극, 비트박스까지. 진기명기가 따로 없다. 고무장갑을 입으로 불어 빵빵하게 만들고, 어지간한 입바람으론 불 수 없는 길쭉이 풍선을 즉석에서 불어 강아지도 만든다. 코로 들어간 풍선이 입으로 나오기도 한다. “우와, 말도 안돼.” 객석에선 절로 리액션이 나온다.

지난 29일 개막한 제1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넌버벌(non-verbal) 코미디그룹 ‘옹알스’의 무대가 연일 화제다. 부산 영화의전당 내 하늘연극장을 꽉 메운 관객들은 연령도 다양하다. 나들이 나온 가족부터 의사표현이 명확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관객들, 이제 겨우 초등학생이 된 어린 아이들까지 옹알스의 무대는 연령을 초월해 하나가 됐다.

옹알스는 사실 국내보단 해외에서 더 알려진 퍼포디언(퍼포먼스+코미디언) 그룹이다. 자비를 들여 최초로 참가한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별 다섯개를 받고, 두바이 아부다비 영국 중국에서 공연을 이어가는 코미디 한류 전도사가 바로 그들,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 최기섭으로 구성된 ‘옹알스’다.

네 사람은 현재 부산에서 시작한 제1회 코미디국제페스티벌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7개국 17개팀, 150여명의 코미디언들이 함께 한 이 축제에서 단연 돋보인 국가대표 코미디언. 아시아 최초로 야심차게 시작한 이 축제에서 방송용 공개코미디 일색인 국내 코미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웃고 즐기자’는 이들의 무대는 볼거리로 가득 차있다. 단시간으로는 결코 연마할 수 없는 완성도 높은 무대에 관객은 쉴새없이 함성을 지른다. 수년간의 그들의 노력을 알아챈 관객들의 화답이었다.

기예단의 ‘쇼’를 보는 듯한 놀라운 저글링과 기차소리, 방귀소리를 비롯한 효과음은 물론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섹시 백(sexy back)’을 입으로만 완성하는 비트박스의 향연, 찌그러진 콜라캔을 원상복귀시키는 마술, 변기커버를 자석으로 해석하는 기발한 상상력. 이게 끝은 아니다. 옹알스 네 사람은 무대에서 세상에 눈을 뜨지 않은 아기들의 얼굴과 세상을 다 알아버린 어른들의 얼굴을 오가는 연기를 선보인다. 판타지와 현실을 버무린 연기, 뿐아니라 손끝 발끝엔 ‘연기의 달인’을 증명하는 섬세한 디테일도 살아있다. 무대 위의 아기들은 자기들끼리 다투기도 하고 삐치기도 한다. 채경선의 짜증내고 투정부리는 아기 연기는 일품이다. 심지어 관객들을 향해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정말 아기가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다.

공연 코미디만이 가능한 객석과의 호흡도 웃음 포인트다. 딱 한 사람만 찍어 무대 위로 불러들이고, 아기들의 기준에 맞춰 놀리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모습은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방불케한다.

보여줄 게 너무 많아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공연의 말미에 객석에선 아쉬운 탄성이 새어나온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초반의 이충선 씨(부산)는 “코미디언이 꿈이라 이번 페스티벌에 와서 공연을 많이 봤다. 방송으로 보던 코미디 프로그램과 옹알스의 공연은 너무 달랐다. 익숙했던 콩트보다 훨씬 현장감 있고, 기발한 공연이었다”며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이해가 된다는 것도 신기했다. 안 보면 후회했을 것 같은 공연이었다”는 후기를 전했다.

옹알스의 공연인 ‘더 퍼포디언 쇼’는 제1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폐막일인 1일 오후 6시10분 마지막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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