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21회> 감추어진 승부 45

해발 3,200미터 고산지대에서 오금에 힘을 잔뜩 준 채로 골프공을 날려댔으니 HY 훌 푸드 직원들의 9혈 언저리 상태가 온전할 리 없었다. 냅다 공을 지르고 나서 항문 주위가 찝찝해질 때마다 그들은….

‘이러다가 황당한 일을 당하는 거 아닐까?’

하고 우려하며 은근히 바지 속 깊이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 계곡 부분을 매만지곤 했다는 말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중 두어 명은 비실비실 코피를 흘리기도 했는데… 평지에서 흘리는 코피와 달리 고산지대에서 흘리는 코피는 가늘게 조르르 흘러내리곤 했기 때문에 그들은 저마다 실고추를 콧구멍에 매달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오마나, 코피 좀 봐! 그러기에 산소통을 자주 사용하시라니까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캐디들은 분명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HY 훌 푸드 직원들이 나시 족 사투리를 쓰는 중국말을 알아들을 턱이 있나. 그들은 캐디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쑥스러움이 앞서서 공연히 히죽히죽 웃기만 했다. 뭐가 쑥스럽냐고? 항문에 잔뜩 힘을 준 채로 샷을 하니 공이 제대로 나갈 리 없고, 치질 앓는 개구리처럼 비실대는 공을 바라보면서 코피나 쏟고 있으니 쑥스러울밖에.

“코피 코피! 땜통 땜통!”

캐디들은 카트에 매달린 망태기를 뒤져서 솜뭉치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서울 약국에서 파는 탈지면과 달리 기름때에 잔뜩 절어 있는 누런 솜뭉치였지만 콧구멍을 땜질하기엔 그나마 제격이라 여겨졌다.

코피를 흘리던 HY 훌 푸드 직원들은 저마다 솜뭉치를 세 덩어리씩 받아들었다. 어째서 세 덩어리냐고? 콧구멍에 두 개를 틀어막고… 그보다 조금 크게 뭉친 나머지 하나는… 누가 볼세라 조심조심, 은근슬쩍 바지 뒤로 쑤셔넣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래도 골프 경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 누구라도 골프계의 불문율을 깰 용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는 그게 문제다. 라운드 약속이 이루어졌으면 부모상을 당하기 전에는 기필코 쳐야만 한다. 그리고 한 번 골프채를 손에 들었으면… 본인 상을 당하기 전에는 누가 뭐래도 18홀까지 돌아야만 한다.

그들은 양쪽 콧구멍과 엉덩이 사이에 솜뭉치를 틀어막은 채, 입을 크게 벌려 산소통을 흡입하면서 비장하게 샷을 날렸다. 정선 너그니재를 넘을 때 이토록 숨이 찼던가? 문경새재를 넘을 때 이리도 비장했던가?

이런 고난의 행군을 마치자마자 그들이 달려간 곳은 물론 사우나였다. 일단 소나기와도 같은 샤워 물줄기 속에서 뱅뱅 돌며 몸을 닦아내고 싶었는데… 물이 부족해서인가? 허당으로 매달려 있는 샤워기를 원망할 겨를도 없이 그들은 바가지로 물을 퍼서 엉덩이부터 씻어내기 시작했다.

“송 과장도 나와 같은 신세로군, 허허허!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지 뭐야?”

“그러기엥 말입니당. 해발 3,200미터 높이에성 숨쉬기가 어려운 줄은 알았지망, 괄약근이 부실해지는 줄응 처음 알았습니당.”

양쪽 콧구멍을 잔뜩 틀어막은 송 과장은 코맹맹이 소리로 대답하며 엉덩이에 물바가지를 들이붓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뚜렷하게 새겨진 것이 있었다. 초지일관! 처음에 마음먹은 것을 끝까지 이루어야 진짜 사나이!

“팀장님, 어떻게… 나시 족 아가씨들과는 끈이 닿았습니까?”

3류 감독은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자마자 강준호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럼요. 해발 3,000미터까지 진격해서 고지 점령을 못한다면 그게 말이나 됩니까? 아무 걱정 말고 토끼뜀이나 뛰어 두세요.”

강준호는 제법 점잖은 투로 대답했다. 하지만 애기 젖 주는 김에 낮잠 잔다고, 감독의 뜻에 못이기는 척하면서도 속으론 더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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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