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감추어진 승부 (49)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옥룡설산의 정기를 잔뜩 흡입했기 때문일까? 혹은 낮에 산소통을 메고 골프를 치면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기 때문일까? 3류 감독의 지겟작대기가 단단히 성을 내고 있던 통에 제대로 바지를 벗기도 힘들었다.
‘앗따, 코피로 헌혈을 해서 그런지도 몰라.’
그는 바지를 벗으려고 애쓰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니 나시 족 아가씨와 아무런 대화를 나눌 수도 없는 처지였다. 무릎은 꿇었겠다, 용맹 정진한 지겟작대기에 가로걸려 가뜩이나 바지를 벗기 힘든 판국에, 그녀가 몸이 달았는지 자꾸 목을 끌어안는 통에 3류 감독은 고역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띵호? 띵호?”
그녀에게 기분이 좋으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좋다는 뜻이 ‘띵호와’인지, ‘띵하오’인지, 도무지 헷갈릴 뿐이었는데, 그나마도 초등학교 시절에 중국집 주방장에게서 간혹 듣던 말이었으니 먹통노릇도 어쩌면 당연했을 것이다.
“으흥, 으흥 #$%^&*#$%^&”
그녀는 알아듣지도 못할 콧소리를 내면서 연신 3류 감독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니 그는 두 다리를 꼬아서 바지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윗도리를 벗은 후였기 때문에 맨가슴으로 밀착되어오는 그녀의 젖가슴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으랏차차!’
그는 반쯤 엎드린 자세로 이단 옆차기를 하듯 한쪽 다리를 허공으로 뻗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바지를 날려버리려 했던 것이다. 역시나… 한쪽 발을 통해 바지자락 하나가 빠져나갔지만 역부족이었던지 나머지 바짓단은 한쪽 구둣발에 그대로 걸려있는 채였다.
“아이 러브 유~ $%^&*#$%^&”
그 와중에 그녀가 입을 귀에 가져다 대더니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뜻이겠지. 3류 감독은 그녀의 적극적인 반응에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그와 뜻을 같이하여 지겟작대기마저 용틀임을 하기 시작했으므로 그는 장엄하게 그녀의 비너스를 찾아 들어갔다.
누워있는 곳이 풀밭이긴 했어도 맨땅이었으니 뾰족한 잔 돌멩이라도 흩어져 있었겠지. 그녀는 미간을 찡그린 채 입을 벌리고… 신음을 내뱉으며…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간혹 서늘한 바람이 불어 등판이 시원해지곤 했지만 3류 감독의 지겟작대기에는 뜨거운 열기가 전해져오기 시작했다.
“애야, 여기가 천국이구나!”
이렇게 중얼거리며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주위가 훤히 밝아져오기 시작했다. 느닷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3류 감독은 질끈 눈을 감고 있었으므로 전혀 그 낌새를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질끈 감은 눈꺼풀 주위가 벌겋게 밝아져오더라는 것만 알 수 있었는데…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중이라서 그런 줄로만 여길 뿐이었다.
공연히 주위가 밝아질 리가 있나? 동파만신원의 신로를 따라 언제부터인가 몇 개의 횃불이 춤추듯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맨 앞에서 횃불을 들고 오는 사람은 좀 전에 강준호와 3류 감독이 대절해서 타고 온 택시의 운전기사였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이 야밤에 여길 뭐 하러 찾아오겠어? 내 저 놈들을 그냥!”
택시 기사는 낮은 톤의 중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목소리를 낮게 깐다면? 상대방을 요절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아니던가? 동파만신원이 어떤 곳이란 말인가? 나시 족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곳에서 뭐가 어째? 음탕하기 짝이 없는 짓을 해? 그것도 우리네 젊은 처자를 살살 꼬여내서?
착한 신을 상징하는 하얀 달걀바위 뒤에 숨어있던 강준호는 순간적으로 위기를 직감했다. 나시 족 아가씨가 뻗대는 통에 아직 옷을 벗지도 못한 것이 천만 다행이었는데…
3류 감독을 구할 엄두도 못낸 채, 강준호는 혼자 벌떡 일어나 숲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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