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닷새간 추석연휴…‘민족 대이동’ 시작
명절 전야의 대중목욕탕은 탕이 내뿜는 열기와 뭇사람들의 체온이 어우러져 북새통을 이룬다. 서로에게 알몸을 내보인 채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말없이 의식이라도 치르듯 정성껏 때를 미는 모습은 왠지 모를 정겨운 풍경이다. 상대방의 지위고하를 짐작할 수 없는 평등의 광장 안 자욱한 수증기엔 신원 파악이 불가능한 수많은 체취가 서려 있다. 명절 전야에 온몸으로 맞이하는 누군가의 체취는 향수(鄕愁)를 자극하는 향수(香水)다. 탕과 고향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느껴지는 체취의 농도는 짙다.
제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자신의 등까지 때수건을 들이밀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사람은 드물다. 허물없는 사이가 아닌 이상 옆자리의 누군가에게 때를 밀어달라며 자신의 등을 내미는 일은 쉽지 않다. 목욕탕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적당한 친분을 가진 사람은 낯익은 타인일 뿐이다. 낯익은 타인과 알몸으로 마주치는 일은 낯선 이와 알몸으로 부대끼는 일보다도 어색하다. 대중목욕탕의 평화는 서로 간의 익명성과 침묵을 보장함으로써 이뤄진다. 뜨거운 물에 때가 불어 홀로 가려운 등은 일상이라는 이름의 빗장으로 틀어막은 그리움의 곳간을 여는 서글픈 열쇠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18일부터 시작되는 5일간의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향하는 한 가족의 발걸음에 가벼운 흥분과 설렘이 묻어난다. 경제 불황과 정국의 혼돈 속에 팍팍한 살림살이지만 조상님께 예를 올리고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다. 올해는 보름달이 휘영청 밝는다 하니 온 가족의 마음에도 희망과 행복의 보름달이 한가득 들어차길 기대한다. 김명섭 기자/msiron@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했던 대중목욕탕은 선명하고도 희미한 기억이다. 자그마한 몸 구석구석을 오갔던 부모님의 때수건은 적당히 따끔하고 또 적당히 청량했다. 물에 불어 쭈글쭈글해진 손가락을 바라보며 감탄하던 모습과 목욕을 끝낸 뒤 마셨던 초코우유의 달콤한 맛에 대한 기억은 까끌거리는 때수건의 감촉처럼 선명한데, 맨 처음 자식에게 내밀었던 부모님의 웅크린 등은 탕 안의 뿌연 수증기처럼 희미하다. 어느 새 우리의 가장 소중한 사람은 가장 낯익은 타인이 돼 버린 것 아닐까.
부모님과 함께할 만한 소중한 여행지는 어쩌면 저 멀리 국경 바깥이 아니라 고향집 근처 대중목욕탕에 있을지도 모른다.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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