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득이’벗고 부산‘ 깡철이’로 태어난 유아인

병든 엄마와 병수발 하는 아들 전형적인 소재 새롭게 만드는 ‘핫 아이콘’ 유아인의 특별한 매력

“진정한 긍정 품고 살고 싶어 세상향해 비판도 거침없이 하죠”

영화 ‘깡철이’는 항구 노동자로 일하는 부산 청년 ‘강철’(유아인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진 것은 몸뚱이 하나뿐이지만 치매로 정신줄 놓고 사는 병든 어머니(김해숙 분)를 극진히 모시며 씩씩하게 살아간다. 세상은 한 번도 그에게 미소를 보여주지 않았지만 ‘강철’은 늘 웃으며 산다. 하지만 세상이 ‘깡패’였다. 어머니 수술비용과 친구의 빚 때문에 폭력조직의 음모에 휘말려 들어간다. 청춘, 조폭, 친구, 부산사투리, 그리고 어머니. 복고적인 감성이 진하게 느껴지지는 이야기지만, 그 중심에 배우 유아인(27)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는 지금 가장 ‘핫’한 청춘의 아이콘이자, 새 세대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자칫 ‘올드’해 보이는 서사와 새 세대 ‘아이콘’의 만남. ‘깡철이’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제가 작품 선택을 하면서 늘 그런 식으로 퍼즐을 맞춰왔습니다. 병 걸린 엄마와 병수발하는 아들. 얼마나 뻔한 설정입니까? 하지만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모자관계를 보여주려 했죠. ‘완득이’에서 사제관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깡철이’의 이야기 소재는 전형적이었지만 전체 구조는 신선했어요.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봉(10월 2일)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아인은 “순수한 끌림이 있었다”는 말로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었다”고도 했다.

유아인 깡철이 인터뷰.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2013.09.26
유아인 깡철이 인터뷰.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2013.09.26
유아인이 영화 ‘깡철이’에서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병든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사는 ‘씩씩한 청년’ 역을 맡아 호연을 보여줬다.
유아인 깡철이 인터뷰.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2013.09.26 유아인 깡철이 인터뷰.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2013.09.26 유아인이 영화 ‘깡철이’에서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병든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사는 ‘씩씩한 청년’ 역을 맡아 호연을 보여줬다.

유아인이 타이틀롤을 맡은 전작 ‘완득이’와 이번 영화 ‘깡철이’는 색깔도, 소재도 장르도 전혀 다르지만 주인공을 가로지르는 공통점은 특유의 낙천성과 건강함이다. 그것은 배우 유아인, 인간 엄홍식(본명)이 가진 힘이자 본성이기도 하다. 유아인은 대구가 고향으로, 고교 1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무작정 가출해 상경한 후 배우가 됐다. 10대 후반, 그를 절박하게 했던 것은 영화 속에서처럼 가난이었지만, 늘 웃었다.

유아인은 “바보 같은 긍정이 아니라 진정한 긍정을 품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긍정엔 세상을 보는 거침없는 비판의 시각도 포함됐다. “누가 되었느냐보다는 누가 참여해서 무엇을 증명했는지가 중요하다. 기쁜 밤이다. 내가 나의 세대에 속함에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우리를 지배하게 하지 말고 우리를 위해 일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보통의 20대 청년이 아는 민주주의와 참정의 기본이다”(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는 등 때마다 정치ㆍ사회 이슈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자신의 발언을 했다.

“사실 국민의 삶에 가장 밀접한 것은 연예계 소식이 아니라, 정치 얘기가 아닐까요? 정치는 특별히 전문가가 있는 별개의 분야가 아니라 우리 삶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기하고 광고에 출연하고 돈을 버는 데만 제 역할을 제한하고 싶지 않습니다. 배우는 다른 직업인보다 유명하니까, 또 정치인들보다도 친숙하니까, 사회적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논란이 된 다큐멘터리 ‘천안함프로젝트’를 봤다며, “그 어떤 주장도 맹신하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에 충분히 필요한 시선”이라며 “사회가 획일화되지 않고 더욱더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한다”고 의젓하게 밝혔다.

유아인은 “커머셜하게(상업적으로) 팔리는 엔터테이너이자 배우라는 예술가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의 내일을 책임질 만한 청춘 스타이자, 우리 사회의 미래를 맡길 새 세대의 ‘얼굴’로서 부족함 없는 사유를 보여주는 데에는 한 시간의 인터뷰만으로도 충분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