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6> 감추어진 승부 (60)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겠다? 북한 사진작가 예원희와 죽이 맞아서, 유호성의 드라이브를 훼방 놓기로 맘먹은 강유리는 더 좋은 꾀를 생각해내기에 이르렀다.
“예원희 씨, 북한에서도 사진 전시회를 개최하나요?”
쌉싸름한 모닝커피를 홀짝이며 강유리가 물었다.
“우린 사진 전시에 흥미 없습네다. 고저 좋은 사진을 박은 연후에, 당에서 발행하는 안내책자에 본때 있게 실으면 그뿐입네다.”
예원희는 방금 걸러낸 원두커피에 설탕과 시럽, 심지어 당분과립을 흠씬 타 넣으며 대답했다. ‘모닝코피는 누가 뭐래도 달콤해야 제맛이디’, 어쩌고 하며 중얼거리는 것으로 보아 사진 전시회에 대한 욕심은 추호도 엿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말예요, 이왕이면 독특한 사진을 찍는 게 사진작가의 본때 아닐까요?”
“그거이야 말하면 잔소리디요. 좀 전에 말한 것처럼… 사막 한 가운데에 경주용 차를 세워놓고 강유리 선수가 자동차 마빡에 올라서서 꼴푸 채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독특한 장면입네까? 고거이를 내가 사진으로 본때 있게 박아내겠다는 겁네다.”
“그 정도로 되나요? 날 따라 오세요.”
강유리는 다짜고짜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 야밤에 오델 가자고 이러십네까? 이런! 코피 잔이 홀랑 엎어졌습네다.”
“가자고요, 내가 예원희 씨를 북한 제일의 사진작가로 만들어드릴 테니까요.”
“고거이 진심으로 하는 말입네까?”
강유리가 예원희의 손목을 잡아끌며 찾아간 곳은 바로 클래식 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차해 있는 도로변이었다. 사막의 일부구간 만이라도 랠리 카와 함께 경쟁을 벌이기로 작정한 클래식 카 오너들은 오늘 벌어질 결전을 앞두고 저마다 휴식을 취한 직후였다.
“컴 온, 젠틀맨, 컴 온, 밀리언 박스!”
영어가 짧아도 대충 단어를 조합하면 말이 통하는 법일까? ‘백만장자들 나와라’ 하고 큰 소리로 외치는 강유리의 목소리가 어찌나 또랑또랑한지 날던 새가 놀라 떨어질 지경이었다. 하긴 말 그대로… 클래식 카의 오너들은 저마다 대단한 갑부였다. 그뿐인가? 심심하기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만한 국제 백수들이었으니.
“오, 베이비!”
반응이 즉석에서 터져 나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차한 클래식 카 서너 대의 틈새마다 캠핑카가 한 대씩 주차해 있었는데, 오너들은 마침 그 안에 삼삼오오 모여서 아침 판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던 중이었다.
‘전설의 명차, 전설적 미녀를 태우고 달리다’
이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인터넷 뉴스 국제판에는 1930년 형 ‘이소타 프라치니 타입 8A’의 조수석에 난짝 올라앉아있는 골프선수 강유리의 사진이 톱으로 올라있었다. 하지만 엄밀히 분석해보자면… ‘이소타 프라치니’의 뒤를 따르던 1938년 형 ‘롤스로이스 레이스’와 또 그 뒤를 따르던 1928년 형 ‘메르세데스 벤츠 680S’의 오너는 은근히 그 기사에 시샘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뿐인가? 또 그 뒤를 따르던 1937년 형 ‘BMW 328 스포르트 카브리올레’와 1949년 형 ‘재규어 XK120 로드스타’, “1964년 형 ‘페라리 250LM’ 등등…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명차의 오너들 역시 슬슬 배앓이를 하는 중이었단 말인데…
“저건… 어제 그 골프선수 아가씨 목소리 아냐?”
늘씬하고 멋진 골프선수 아가씨가 ‘백만장자들은 다 모이라’고 떠드는 판에 가만히 앉아있자니 제풀에 호구가 될 것은 빤한 일. 그들은 저마다 캠핑카를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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