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 부회장들의 역할은…

경제단체장이 외부 파워라면, 내부 파워는 부회장들이다. 단체장이 공식적으로 대외 업무를 관장한다면 이들은 튼튼한 ‘안방살림’으로 내조한다. 또 다른 파워다. 부회장의 분주함은 단체장 못지않다. 24시간 쉴 틈이 없다. 굉장한 체력을 요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단체 부회장 면면을 들여다보면 자기만의 색채가 강하다는 점이다. 조직을 대변할 전문성은 당연히 갖췄지만 각자 색깔로 단체 안방을 책임진다.

공직 출신의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관가에서는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그가 지식경제부 국장이었을 때, 밑에 있는 과장 한 명이 사고(?)를 쳤다. 업무상 큰 잘못을 저질렀던 것. 이 부회장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총대를 멨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지경부 많은 후배가 그를 아직도 따르는 이유다.

이 부회장의 스타일은 ‘알면 알수록 속 깊은’ 쪽이다. “처음 보면 매우 깐깐해 보이는데, 알고 보면 대인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게 그를 접한 대다수 사람의 반응이다. 그는 또 젊다.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젊다는 것이다. 간혹 그는 노래를 부르곤 하는데, 젊은 사람도 소화하지 못할 최신곡을 열창하는 모습에서 대부분 주눅이 들 정도다. 기사를 물리친 채 차를 직접 운전하면서 따라부른 노력의 결과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의 몸은 군살이 없다. 자전거와 사랑에 빠진 결과다. 자전거 마니아인 그는 산악자전거도 탈 정도로 바퀴에 대한 애정이 깊다. ‘죽음의 레이스’인 공식 자전거대회의 단골손님이라고 하니, 강철 체력 앞에 보통사람들로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시작한 그는 1999년 전경련 기획본부장을 거쳐 2007년 전무에 올라 6년간 전경련 업무 전반을 이끌다가 내부 승진의 주인공이 돼 부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재계 전체에 대한 사정에 밝고,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그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요즘도 ‘하루 25시’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노사관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안고 태어난 사람이다. 경총에 1979년 입사했으니, 벌써 34년째다. 젊었을 때 경총에서 일하던 그는 미국에 유학 갔다가 박사 학위를 땄다. 귀국 후 한국경제연구원에 가고 싶었다. 다 얘기가 됐는데, 당시 경총 고위층에서 한경연에 전화를 했다. “경총에서 꼭 써야 할 사람이니까 없던 일로 해 달라”고…. 김 부회장이 가끔 “경총 귀신이 될 팔자였다”고 농을 섞는 것은 이 일과 무관치 않다. 1992년 이후 국제노동기구(ILO) 한국사용자 대표를 맡고 있고, 2008년 6월부터 3년간 ILO 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그는 노사정위 상무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한국 사회 노사관계에 있어서 누구보다 정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일견 무뚝뚝하게 보이지만 속정이 깊은 사람이다. 수줍은 듯 웃는 모습은 천진한 소년 같다. 지경부 차관을 스스로 그만두고 단국대 석좌교수로 옮긴 것은 “공직생활 중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점이 미안해서”라고 한다.

무협 요청으로 2011년 12월부터 부회장직을 맡아 막후에서 무역업계와의 소통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무역 산업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애로를 직접 챙기고 각종 지원 정책을 개선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어 무역업계의 신망이 두텁다. 무협 내부에서는 처음에 보고를 너무 짧게 받아 오해도 했으나 나중에는 업무 파악 능력에 놀랐다고 한다. 무협이 역점을 두고 나아가야 할 핵심 사업에 대한 업무 지시가 명확하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30년 산업전문가답게 한ㆍ중ㆍ일 3국 간의 산업구조 분석을 바탕으로 ‘한ㆍ중ㆍ일 경제 삼국지’라는 책을 저술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중소기업 분야의 독보적 전문가로 불린다. 중소기업청 차장을 마지막으로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한 그는 지난해 중기중앙회 상근 부회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1996년 중기청이 설립된 시기부터 금융ㆍ정책 등을 두루 거쳐 이른바 ‘중소기업 정책의 산증인’이라는 게 주변의 평이다. 그가 중기청 차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의 명목으로 지방중기청을 없애려고 하자 “지방청은 꼭 필요하다”며 늘 주머니에 사표를 지니고 다녔다는 일화는 다 아는 이야기다. 중기중앙회 내에서는 덕장(德將)으로 아랫사람을 잘 챙기고 편안하게 해주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통한다.

김영상·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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