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개발 시대가 막을 내리고, 개인의 삶을 뒤흔든 격변의 시기에 돌입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서 독재시절과 안녕을 고했다. 철옹성 같던 북한의 김일성은 사망했다. 경제성장의 만족감에 도취됐던 것도 잠시였다. 모래성 위에 쌓아올린 ‘한강의 기적’은 하나둘 무너져내렸다. 전무후무한 인재를 낳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보란듯이 경제부도가 오며 양극화는 극대화됐다. 극단적인 경제 널뛰기를 하던 이 시기의 사람들은 대중문화를 향유했다. ‘서태지 세대’와 1세대 아이돌이 등장하며 대중문화는 분수령을 이뤘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을 향한 욕망이 응집됐고, 돈의 향유가 쉽지 않던 다수를 중심으로 촉발된 대중문화 번성기였던 ‘그 때 그 시절’이 브라운관 안으로 들어왔다.

1990년대의 경제, 문화사가 브라운관 안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것은 올 한해 주목해볼 현상이 됐다. 이 시기에 대한 적극적인 조명이 드라마를 통해 이뤄지긴 처음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과거를 다루기 위해선 객관적인 거리감이 필요한데 20년이 흐른 현재 1990년대에 대한 드라마적인 정리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엇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MBC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과 SBS ‘황금의 제국’이 시작하는 지점은 흡사하다.

이요원(영화배우/탤런트),고수(탤런트/영화배우),손현주(탤런트/영화배우)
1980년대 개발 시대가 막을 내리고, 개인의 삶을 뒤흔든 격변의 시기에 돌입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서 독재시절과 안녕을 고했다. 철옹성 같던 북한의 김일성은 사망했다. 경제성장의 만족감에 도취됐던 것도 잠시였다. 모래성 위에 쌓아올린 ‘한강의 기적’은 하나둘 무너져내렸다.
이요원(영화배우/탤런트),고수(탤런트/영화배우),손현주(탤런트/영화배우) 1980년대 개발 시대가 막을 내리고, 개인의 삶을 뒤흔든 격변의 시기에 돌입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서 독재시절과 안녕을 고했다. 철옹성 같던 북한의 김일성은 사망했다. 경제성장의 만족감에 도취됐던 것도 잠시였다. 모래성 위에 쌓아올린 ‘한강의 기적’은 하나둘 무너져내렸다.

‘스캔들’은 88서울올림픽부터 이후 25년 경제성장의 그늘을 조명한다. 부도덕한 재벌가를 통해 압축성장의 부작용을 그리며 정경유착, 권력형 비리에 주목했다. ‘황금의 제국’도 1990년대부터 20년간의 한국 경제사를 거대그룹의 왕위쟁탈전을 통해 보여준다. 그 시절의 문화적 해석이 나타난 드라마도 있다. 1세대 아이돌 시절을 다뤘던 케이블 채널 tvN ‘응답하라 1997’, 문화대통령이 등장하고 농구대잔치가 붐을 이루던 90년대 초반의 대학새내기를 담은 ‘응답하라 1994’가 오는 10월 방영 예정이다.

대중문화의 최접점인 브라운관 드라마가 1990년대 정리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이를 통해 현재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를 다룬다는 것은 현재를 반추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2013년의 우리가 상대적 박탈감과 경제적 불평등에 주목하는 이유를 대중문화는 1990년대의 폭발적인 사건들에서 찾고 있는 모습이다”고 해석했다.

‘황금의 제국’은 1950년대 시멘트 공장에서 시작해 42개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 거대 기업이 90년대를 맞으며 후계구도로 갈등을 빚는 욕망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현직 EP는 “‘황금의 제국’의 주제는 인간의 욕망이다”며 “황금(돈)을 향한 욕망이 부딪히는 부분이 IMF와 주식시장 파란기, 부동산시장이 형성되며 자본을 움직였던 1990년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조재현(영화배우/교수),김재원(탤런트/영화배우),박상민(영화배우/탤런트)
1980년대 개발 시대가 막을 내리고, 개인의 삶을 뒤흔든 격변의 시기에 돌입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독재 시절과 안녕을 고했다. 철옹성 같던 북한의 김일성은 사망했다.
조재현(영화배우/교수),김재원(탤런트/영화배우),박상민(영화배우/탤런트) 1980년대 개발 시대가 막을 내리고, 개인의 삶을 뒤흔든 격변의 시기에 돌입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독재 시절과 안녕을 고했다. 철옹성 같던 북한의 김일성은 사망했다.

때문에 드라마에는 자본이 이끄는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부동산 개발붐은 부동산 거품으로 되돌아왔고, 외환위기는 수많은 가장들을 거리로 내몰았지만, 가진 자들에게 기회를 안겨준다. 정 평론가는 “개발시대와 달리 1990년대 IMF는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가지는 시대였다”며 “현재의 첨예화된 양극화를 촉발한 때다. ‘황금의 제국’은 한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 역시 “1990년대는 경제적인 욕망에 집중했던 시기”라며 “‘황금의 제국’에서는 신자유주의의 토대가 되는 시점, 물질에 대한 욕망의 시발점을 이야기하며 자본이 굴러가는 방식을 보여준다”고 정리했다.

정 평론가는 특히 드라마가 보여주는 재벌기업의 지배구조에도 주목했다. 지주회사 전환과 계열사로의 순환출자 방식에 대해 정 평론가는 “말 한마디로 하루 아침에 회사 대표가 바뀌는 상황은 샐러리맨을 기만하는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다”며 “‘황금의 제국’은 판타지를 제거하고 냉철하게 현상만을 보여준다. 기계처럼 싸우고, 자본의 시스템이 사람들을 괴물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다.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지만, 그 시절을 보여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1990년대 IMF 시기에 대한 자본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은 있지만, 경제위기를 간파하는 시대적 성찰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두 편의 드라마가 경제성장 이면의 부정적인 모습을 통해 2013년 대한민국의 갈등을 이야기할 때 ‘응답하라’ 시리즈는 대중문화에 집중했다.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다. 90년대 향유했던 대중문화에 대한 ‘복고적인 만족감’이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고아라(탤런트/영화배우)
1980년대 개발 시대가 막을 내리고, 개인의 삶을 뒤흔든 격변의 시기에 돌입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독재 시절과 안녕을 고했다. 철옹성 같던 북한의 김일성은 사망했다.
고아라(탤런트/영화배우) 1980년대 개발 시대가 막을 내리고, 개인의 삶을 뒤흔든 격변의 시기에 돌입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독재 시절과 안녕을 고했다. 철옹성 같던 북한의 김일성은 사망했다.

정 평론가는 “1990년대는 경제와 문화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대중문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난 것은 사람들이 고급문화를 향유할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이 생기며 대중의식이 일어났던 시기에 대중이 쉽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는 대중문화였다. 값싸게 음반을 낼 수 있고, 그 문화가 결국 돈이 되기 때문에 폭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1990년대는 서태지 세대로 이야기된다. 그 이전의 세대들은 문화적 욕망이 있었음에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두 편의 드라마는 90년대 초반의 한국사회에서 거대담론이 무너지고 사회문화의 일상사에 주목한 포스트 모더니즘 논쟁이 일던 시대를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