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생산 능력 부족·국내 파업 맞물려 조지아주 등 지방정부 신공장 유치 타진

현대ㆍ기아자동차 파업 소식에 미국 현지에서 현대ㆍ기아차 신규 공장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주지사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공식 방문하는 등 파업을 계기로 공장 유치를 둘러싼 미국 지방정부 간의 물밑 로비전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비공식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네이선 딜 조지아주지사가 지난 21일 정 회장과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는 기아차 공장이 위치한 곳으로, 딜 주지사는 기아차에 이어 현대차 추가 공장을 조지아주에 유치하길 적극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딜 주지사는 지난해 말 특별 성명을 통해서도 “기아차 공장 때문에 조지아주에 창출되는 경제적 파급력은 1만개 일자리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현대ㆍ기아차 국내 공장 파업까지 겹치면서 더욱 로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지아주뿐 아니라 다수 지역에서 현대차 공장 유치를 희망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게 미국 현지의 반응이다.

신규 공장 유치경쟁이 부는 건 미국 현지에서 현대ㆍ기아차가 물량 부족에 크게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제고 수준은 41일(1.5개월)로, 업계 평균인 61일보다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업체별 재고일 수는 닛산 51일, 도요타 48일, 크라이슬러 66일, 포드 66일, GM 68일 등 모두 현대ㆍ기아차보다 나은 상황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재고일 수가 떨어지면 물량이 부족하고, 소비자 구매에 즉각 응대할 수 없게 된다”며 “결국 판매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미 미국 공장이 쉼 없이 풀가동되고 있다는 점도 주지사들이 신규 공장 건설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차 미국 공장 가동률은 각각 110.5%, 108.4%로, 이미 생산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 대당 투입시간(HPV)도 현대차 미국 공장은 14.4시간인 반면, 현대차 아산공장과 울산공장은 각각 18.2시간, 32.1시간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공장이 가동률이나 생산성 등에서 모두 국내 공장을 웃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는 미국에 공장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 없다”며 “파업 여파로 물량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미국 현지에서 먼저 공장 유치를 경쟁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