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H증권사에 근무하는 K팀장은 최근 회사가 제시한 구조조정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 직원의 임금 20% 삭감안, 직원 중 20% 해고, 직원 10% 해고-직원 임금 10% 삭감안 중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라는 내용이었다. 실적이 안좋아 회사 측에서 구조조정안을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임금 삭감과 인력 감축안을 받아보니 가슴 한 구석에 서늘함마저 느껴진다.
증시환경 악화로 위기에 처한 증권사들이 조직개편과 인력 조정, 지점 축소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증권사 인원이 630명 줄었고, 지점은 131개나 감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형사 중심으로 진행되는 조직개편에 중소형사들도 동참하는 분위기”라며 “조직개편을 통한 몸집 줄이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전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인원은 지난 3월말 4만2317명에서 6월말 4만1687명으로 줄었고, 국내 지점은 같은 기간 1590개에서 1459개로 감소했다. 작년 3월 말에 비하면 1년 3개월 만에 인원은 2133명, 지점은 297개나 줄었다.
임원 감축과 임금 삭감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김원규 사장 취임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홀세일, 트레이딩 등 4개 사업부와 경영지원총괄을 중심으로 군살을 뺐다. 글로벌본부로 편중된 해외 사업은 각 사업부가 전담하고 전체 해외사업 전략은 경영전략본부가 담당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임원 수가 20% 가량 줄었다.
KDB대우증권은 기존의 6개부문 31개본부에서 5개부문 1총괄 29개 본부로 변경했다. 본부장 이상 임원 수도 37명에서 32명으로 줄었다. 자산관리(WM)부문은 8개 지역본부를 6개 지역본부로 재편했다. 6개 지점을 통폐합하고 2개 지점을 신설했다. 채권, 파생부분의 세일즈와 트레이딩 기능도 합쳤다.
하나대투증권은 모든 임원의 임기를 6개월로 바꿨다. 통상 증권사 임원의 최소 계약 기간이 1년임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단축이다. 조직도 랩운용부와 신탁부를 통합해 고객자산운용본부를 신설했다.
현대증권은 9월 말까지 중복되는 지점 10개를 통폐합할 계획이다.
대형 증권사의 조직개편은 중소형사로 확대되고 있다.
NH농협증권은 부서장급 이상 임원 임금을 10% 삭감했다. BS투자증권도 기존 3사업부 7본부 1센터 23부인 조직을 4본부 1센터 16부로 슬림화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전 직원 임금 삭감과 인력감축 병행 등 다각적인 구조조정의 현실화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구조조정만으로 작금의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별화 전략을 통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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