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한 적도 뇌물받은 적도 없다” 시종일관 혐의 부인…저우융캉 등 겨냥 정풍운동 예고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법정에 선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 서기는 역시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심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재판은 이틀, 길어도 사흘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시진핑(習近平) 정권과 보시라이가 적절한 선에서 타협했고 재판은 형식적인 것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재판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보시라이는 심리가 시작되자마자 혐의를 부인했고 재판이 진행될수록 반격수위를 높여갔다. 그는 닷새간 진행된 심리에서 시종일관 결사항전의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자신의 은밀한 사생활과 관련된 폭탄발언까지 서슴치 않으면서 무죄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재판 닷새째 최후변론에서 그는 “성질이 불 같고 집안도 잘 다스리지 못해 결국 나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면서 “만감이 교차한다”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직권을 남용한 적도, 뇌물을 받은 적도 없다”며 끝까지 항변했다.

올 초 시진핑 주석은 대대적인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면서 “파리(말단)는 물론 호랑이(고위층)도 같이 잡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호랑이’는 없었다. 결국 ‘죽은 호랑이’ 보시라이를 데려다가 호랑이 가죽이라도 보여줌으로써 대중들의 지지를 얻고자 했으나 뜻대로 되지않았다. 오히려 보시라이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보시라이의 재판은 막을 내렸지만 앞으로 중국 정가는 본격적으로 보시라이 사건의 후폭풍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이 참에 시진핑 정권이 당 정풍운동, 반부패 캠페인의 깃발을 더욱 높이들어 새로운 권력투쟁에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미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는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부사장 겸 다칭(大慶) 유전공사 사장 왕융춘(王永春)을 엄중한 당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베이징 정가에선 왕융춘의 조사가 한때 석유·에너지 분야를 좌지우지한 이른바 ‘석유방’의 보스였던 ‘진짜 호랑이’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법위원회 서기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보시라이는 이번 재판에서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영웅’을 연기했다. 당에 반항하면 처벌이 무거워진다는 것을 알고있지만, 이전의 실각한 지도자들과 달리 그는 ‘굴복’을 거절했다. 대신 ‘승부수’를 띄움으로써 보시라이는 좌파의 영원한 ‘영적 지도자’로 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