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류정일 기자] 이동통신사들의 최근 관심은 온통 LTE(롱텀 에벌루션) 주파수 확보전에 쏠려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주파수는 이통사들이 농사를 짓기 위한 영토, 서비스 품질을 좌우할 도로망에 비유된다. 현재 LTE보다 2배 빠른 LTE-A가 상용화됐지만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좋은 대역을 확보하면 업계 추산 6분의 1 정도의 투자비 만으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보니 각사는 사활을 걸고 나섰다. 자사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전략에 따라 경쟁사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주파수를 둘러싼 수싸움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왜 주파수에 목을 매나=LTE 서비스와 관련해 현재 SK텔레콤은 800㎒와 2.1㎓ 각각 20㎒씩 총 40㎒를 보유하고 있다. KT는 1.8㎓와 900㎒ 각각 20㎒씩과 800㎒에서 10㎒ 등 총 50㎒ 폭을 갖고 있다. LG유플러스는 800㎒와 2.1㎓ 각각 20㎒씩 총 40㎒를 확보하고 있다.

다음달 경매에 부쳐질 주파수 대역은 2.6㎓(80㎒폭)와 1.8㎓(50㎒폭)이다. 주파수 삼국지의 핵심은 1.8㎓ 중 KT 인접대역인 15㎒ 폭이다. KT가 낙찰받을 경우, 예컨대 도로 폭이 순식간에 2배 가까이 넓어지는 것으로 KT는 병목현상이나 막힘 없이 빠른 광대역 LTE를 현실화할 수 있게 된다.

이미 800㎒를 주력 LTE 주파수로, 2.1㎓를 보조 주파수로 사용하며 LTE-A를 상용화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인접대역 할당에 따른 광대역 LTE 서비스 출시로 단숨에 LTE 시장의 강자로 치고 올라올 KT가 위협적인 상황이다.

서로 다른 대역의 주파수를 하나로 묶는 LTE-A와 기존 도로를 확장하는 개념인 광대역 LTE는 소비자 입장에서 지금보다 2배 빠른 LTE로 서비스로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LTE-A 상용화를 위해 네트워크 구축, 부품 교체 등으로 광대역 LTE보다 6배의 투자비용을 쏟아 부어야 한다.

최근 SK텔레콤의 LTE-A 상용화에 맞춰 ‘갤럭시 S4 LTE-A’ 단말이 새롭게 출시되는 등 LTE-A는 별도의 전용 단말기가 사용돼야 하지만 광대역 LTE는 기존 LTE 단말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입자 확보 차원에서도 한층 손쉬운 전략을 쓸 수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보기엔 ‘땅따먹기’ 장난 같겠지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수조원의 이득을 누릴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회사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는 거대한 위협이기도 하다”며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돈의 전쟁’ 서막 오르다=기존 KT 인접대역이 이번 경매의 핵심으로 미래부는 이 대역을 배제한 밴드플랜1과 포함시킨 밴드플랜2를 복수로 경매에 내놨다.<그래픽 참조> 입찰가격이 높은 밴드플랜과 블록별로 낙찰자가 결정되게 된다.

경매는 1,2단계로 나눠서 진행된다. 1단계는 입찰액을 경쟁적으로 계속 높여가는 동시오름입찰방식이다. 50라운드까지 진행되며 라운드당 입찰금액을 높일 수 있는 최저금액은 3% 수준이다.

지난 2011년 경매 당시 8월17일 시작한 경매는 29일까지 총 83라운드를 거쳤다. 당시 일요일 등을 뺀 9일간 진행된 경매로 하루 평균 9라운드 가량이 진행됐고 1.8㎓ 대역의 20㎒폭을 두고 경매가는 4455억원에서 9950억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당시 KT가 한번만 더 입찰하면 경매가가 1조원을 돌파하는 상황이었지만 과도한 낙찰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경매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당시 과열 상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며 이번 경매는 50라운드로 제한됐다. 1단계에서 낙찰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밀봉입찰 방식의 2단계 경매가 진행된다. 말그대로 입찰액을 밀봉해서 제시하는 것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업체에 해당 주파수가 낙찰된다.

이통업계는 특정 블록의 최종 낙찰액이 적게는 9000억원 수준에서 많게는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입찰자가 특정 라운드에서 입찰하지 않고 쉬는 입찰유예를 2차례 사용할 수 있고 어느 주파수 블록에 더이상 입찰이 없으면 경매가 종료되는 구조상 예상보다 낙찰가가 낮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주파수 주인이 결정되면 각 사업자는 확보하는데 소요된 주파수 가격의 4분의 1을 선납하면 주파수를 받아 이용하며 8년간 나머지 대금은 매년 분납하게 된다.

▶적도, 동지도 없다=이번 경매는 KT의 인접대역 확보 저지에 나선 SK텔레콤ㆍLG유플러스의 양파전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단순한 상황이 아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인접대역이 포함되지 않은 밴드플랜1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밴드플랜2의 C2블록을 확보할 경우, 광대역 LTE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이 예상하는 SK텔레콤의 최적의 시나리오는 49라운드까지 LG유플러스와 합세해 밴드플랜1에서 가격을 올리다가(KT가 인접대역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다가) 50라운드째에 밴드플랜2의 C2블록에 입찰가를 적는 형태다.

이 경우, KT는 막판 뒤집기로 인접대역인 D2블록을, SK텔레콤은 C2블록의 승자가 되면 LG유플러스는 그닥 쓸모가 없는 2.6㎓의 40㎒폭을 갖게 된다. KT는 비용부담을, LG유플러스는 2.6㎓에서 새롭게 투자해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되며 SK텔레콤이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다만 LG유플러스가 손놓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계심을 키운다면 밴드플랜2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헛심만 쓰고 KT에 유리한 상황만 만들어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KT의 지상목표는 인접인 오직 D2블록이다. 그러나 이를 간파하고 있는 경쟁사들 때문에 최근 KT 노조까지 나서 경쟁사 담합을 경계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즉, 경쟁사들이 힘을 합쳐 밴드플랜1의 가격을 올리면 KT는 단독으로 이에 응전해야 한다. 비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경쟁사들도 각자의 셈법이 있는 만큼 공동보조가 50라운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LG유플러스는 밴드플랜1의 승리와 최소 비용으로 C블록을 확보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KT를 주적으로 한 SK텔레콤과의 연대는 느슨한 편이고 앞서 언급한 대로 SK텔레콤의 전략을 활용해 목표를 완성할 수 밖에 없다.

이통사 관계자는 “2개의 경매물건에, 2단계 경매방식으로 3개 사업자가 뛰어들면서 고려해야 할 시나리오가 수십, 수백가지에 달한다”며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통신시장의 보이지 않는 가상의 영토전쟁은 불을 뿜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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