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예금자가 맡긴 돈을 방만하게 대출하고 심지어 유용. 중국 새 지도부 단기처방보다 일정부분을 희생하더라도 고질병을 고치겠다는 개혁의지 밝혀. 강력한 기득권 저항 물리치는 것이 관건.

최근 중국 금융시장에 심각한 ‘신용경색’이 일면서 단기금리가 사상 최고로 급등하고, 상하이 증시가 폭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하루짜리 은행 간 금리가 13%까지 치솟고, 상하이 종합지수가 2000선 밑으로 붕괴되면서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뒤흔들어 놨다.

13억 중국인은 높은 저축률로 유명하다. 따라서 중국 은행들은 많은 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제히 ‘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은행들이 예금자가 맡긴 돈을 방만하게 대출하고 심지어 유용까지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행들은 지방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지방정부는 그 돈으로 지난 30여년간 도로, 철도, 공항, 건물 등을 ‘함부로’ 지어댔다. 요즘에는 지방정부들이 ‘그림자 금융’을 통해 돈을 융통하고 있지만 ‘그림자 금융’도 따져보면 모두 은행에서 나온 돈이다.

이 같은 무분별한 투자의존형 성장은 수치상으로 높은 성장률로 이어졌지만 당연히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 지방정부들의 부채가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말 현재 지방정부의 부채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인 12조8500억위안(약 230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6년 전보다 3배나 늘어난 규모다.

‘유령도시(鬼城)’도 빼놓을 수 없다. ‘유령도시’란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 거창하게 건물을 지었으나 사람들이 살지 않아 텅 비어있는 신도시를 말한다.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어얼둬스(鄂爾多斯)시의 캉바스(康巴什) 신도시,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의 첸공 신도시를 가보면 입주자가 없어 황량하기 그지없다. 공항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전역 180여개 공항 가운데 70%가 적자다. 장쑤(江蘇)성의 경우 공항이 모두 9개가 있는데 그중 7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적자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중국의 새 지도부가 심각하게 깨달은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소방수 역할을 했을 런민(人民)은행은 이번 신용경색 국면에선 유동성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런민은행은 앞으로 금융리스크 통제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기처방보다는 일정 부분을 희생하더라도 확실하게 ‘고질병’을 고치겠다는 개혁의지의 과시다. 이는 중국 경제의 사령탑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경제정책 기조 ‘리코노믹스(Likonomics)’의 핵심이기도 하다.

‘불파불립(不破不立)’, 낡은 것을 부수지 않으면 새 것을 세울 수 없다. 그런데 파괴만 있고 창조가 없다면 ‘혼란’이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앞으로 은행들은 ‘보신’을 위해 대출을 최대한 줄여나갈 것이다. 그러면 담보능력이 낮은 민간 중소기업들의 돈 가뭄은 불가피할 것이고 이미 시작된 실물경제의 쇠퇴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렇게 되면 중국발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강력한 기득권세력의 저항을 어떻게 물리치고 개혁을 진행하느냐 하는 것이다. 5세대 새 지도부의 강력한 결단력과 역량으로 ‘파(破)도 있지만 입(立)은 더 많은’ 중국 경제의 새 판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