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KBS 월화극 ‘상어’는 선과 악이 정리되는 줄 알았다. 한이수(김남길)는어린 시절 당한 가족의 복수를 하면서 사랑때문에 갈등했고, 이수를 사랑했던 조해우 검사(손예진)는 가족의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야 하기에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다소 느슨해진 시청자들은 이번주 방송된 17~18회를 접하고는 재무장하고 봐야하는 드라마가 됐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계기는 17회말 등장한 하나의 사진이었다. 이수가 발견한 사진안에는 자신의 아버지 한영만(정인기)과 조상국 회장(이정길)에게 고용된 킬러 최병기(기국서)가 졸업식장에서 다정하게 선 채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이수는 ‘멘탈붕괴‘가 일어났다. 절대 착한 사람일 것라고 믿었던 아버지가 ‘그림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고문기술자였고, 광주진압군으로 투입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아버지 한영만은 자신의 ‘조력자‘ 역할을 해온 검찰수사관 수현(이수혁)의 아버지 강희수(최덕분)에게 고문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수현과 이수는 친구에서 원수 사이가 되는 것인가? 더구나 수현은 이수 여동생인 이현을 사랑해오지 않았나. 지금까지 믿었던 진실들이 거짓이 되고 또 믿고 싶지 않던 거짓 같던 일들이 진실이 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이수가 자주 말하곤 했던 “세상일에는 균형이 필요해. 한쪽만 억울한 일을 당하면 균형이 무너지지”와 악의 축처럼 보였던 조상국 회장이 말해온 “어떤 사람도 누구를 판단할 수 없어. 어떤 인간도 남을 판단할만큼 순수하지 않아”, 이 두 종류의 말이 동시에 와닿게 됐다.

‘상어’는 청산 안된 과거를 한 가족사내에서 다루고 있다. 역사성과 사회성 있는 이야기를 깔았다. 거창양만학살사건, 남영동 고문, 광주민주화 운동 등 우리의 아픈 현대사도 조금씩 드러난다.

‘상어‘는 반전을 거듭하며 눈앞에 보이는 사실조차 의심케 만들고 있지만 복선에 해당하는 대사와 행동들을 조금씩 차근차근 심어왔다. 이수 아버지의 정체가 밝혀지며 시청자들도 놀라고 있지만, 초반 이수 아버지가 강희수가 죽기 전 보고 깜짝 놀라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무슨 관계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앞뒤로 물려있는 극적 구성이 촘촘하고 소리 없이 강하다. 거기에 메시지까지 던지니 드라마에 힘이 생긴다.

복수의 칼을 갈아온 한이수는 이제 과거의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상어’는 인간대 인간의 선악 구도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본성, 증오, 용서가 원을 그리듯 돌고 있는 느낌이다. 결국 이수에게 모든 것이 돌아온 상태다. 남은 두 회에서 선과 악의 경계에서 차곡차곡 쌓아올리듯 드러낸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정리할 지 궁금하다. 우리는 숨 죽이고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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